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이 침수되는 난리 통에 지붕 위에 올랐다가 구조됐던 암소가 구출 직후인 11일 새벽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두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던 어미 소는 기록적인 폭우로 물이 차오른 축사에서 빠져 나와 물길에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지붕에 올라섰다.
어미 소는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질 때까지 꼬박 이틀간 먹이 한 줌,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텨냈다.
비가 그치자 사람들이 몰려와 지붕 위에 함께 있던 다른 소를 구조하기 시작했지만, 어미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손을 거부하며 지붕 위에서 내려가지 않으려 해 구조대는 결국 마취 총을 쏴야 했다.
마취 약에 취해 밤새 몽롱해 하던 어미 소는 모두가 잠든 11일 새벽 홀로 깨어나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지치고 힘든 몸으로 출산하느라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냈을 어미 소이지만 새끼 걱정에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잘 마른 건초가 놓인 축사 한쪽에 새끼가 웅크려 있자 무사한지 살펴보려는 듯 다가가 냄새를 맡아보거나 혀로 핥아주며 모성애를 드러냈다.
축사 주인 백남례(61)씨는 안쓰러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백씨는 “유독 저 소만 지붕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해 결국 마취총으로 재운 다음 구조했다”며 “새끼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녀석이 지붕 위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다”며 “살아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쌍둥이까지 무사히 출산하다니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날 또 다른 희소식을 듣기도 했다. 수해로 잃어버린 소 두 마리가 36㎞ 떨어진 경남 하동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받았다. 백씨는 하동까지 찾아가 되찾아올 여력이 안 돼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수해를 이겨낸 소들이 대견할 따름이라고 했다.
백씨 외에도 소를 잃어버린 주인들은 자식과도 같은 소를 찾아 이웃을 이곳저곳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축사에 있는 구조된 소들은 지붕 위에서 힘을 다 써버린 탓인지 기력 없는 모습으로 앉거나 누워있었다.
한 마을 주민은 “비가 그치면 주인을 찾아주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며 “잃어버린 소가 많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소가 다시 건강하게 클 수 있게끔 잘 보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