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표심 겨냥…해리스, 전투력도 강해
지역·이념 등 바이든 약점 메울 맞춤형 러닝메이트
해리스, 트럼프 향해 “마약 강권하는 사람” 비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에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흑인 여성인 해리스 상원의원은 올해 55세다.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였던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유방암 과학자인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아직 여성 대통령이나 여성 부통령이 나온 적이 없다. 만약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은 흑인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해리스 상원의원을 자신의 파트너로 지명한 것은 흑인 표심을 의식한 선택임을 인정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또 전투력이 뛰어난 싸움닭 스타일로 유명하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입을 상대하는 저격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두려움이 없는 전사(fearless fighter)’이자 싸움꾼이자 이 나라 최고의 공직자 중 한 명인 해리스를 나의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고 발표할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해리스는 검사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 검찰국장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거쳤다. 지금은 캘리포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초선의 연방 상원의원이다.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하기도 했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전사’라고 부를 정도로 전투력이 강하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마약을 강권하는 사람(drug pusher)”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리스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할 경우 바이든을 대신해 트럼프와 말싸움을 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는 특히 바이든의 약점을 메울 맞춤형 러닝메이트다. 바이든이 77세 고령 백인 남성이라면, 해리스는 비교적 젊은 50대 중반의 흑인·인도계 혼혈 여성이다.
또 바이든이 민주당 내에서 온건 중도 성향을 대표한다면, 해리스는 진보 성향을 지녔다. 지역적으로도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에 델라웨어주가 정치적 텃밭인 ‘동부 사람’이라면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줄곧 지낸 ‘서부 사람’이다.
이런 이유들로 해리스는 당초 바이든의 부통령 후보 1순위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지명 과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바이든의 일부 참모들이 “해리스의 정치적 야심이 지나치게 크다”면서 “해리스가 부통령이 될 경우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보다 차기 대통령 준비에 전념할 수 있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역시 해리스가 ‘자기 정치’를 하면서 자신이 해리스에게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는 또 지난해 6월 27일 미국 민주당의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바이든이 1970년대 흑백 인종 통합 스쿨버스 운행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당시) 한 소녀는 스쿨버스를 타고 매일 학교에 다녔다. 그 어린 소녀는 바로 나였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AP통신은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할 경우 78세가 되는 바이든이 2024년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면 해리스가 차기 후보 중 맨 앞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일찌감치 부통령 후보로 여성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흑인 여성 중에선 해리스 의원과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캐런 배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백인 여성 중에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이 물망에 올랐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