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시민감사관에 앉힌 시민감사관…서울시교육청 ‘아빠 찬스’

입력 2020-08-11 18:09

서울시교육청 시민감사관이 자신의 딸을 시민감사관으로 위촉했다는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1일 서울시교육청의 청렴시민감사관 위촉 및 수당 지급의 적정 여부에 관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비상근직 청렴시민감사관 위촉과 관련해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4월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청렴시민감사관 A씨는 지난해 “센터 업무가 과중하다”며 자료 분석과 서류 정리 등의 업무를 맡길 비상근직 청렴시민감사관을 뽑자고 제안했다. A씨는 그러면서 자신의 딸 B씨를 설득해 해당 위촉에 응모하도록 했다.

감사 결과 A씨는 B씨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숨겼고 경력도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서류심사 전에 가진 내부회의에서 “시민단체 간사인 B씨가 해당 단체의 추천으로 지원했다”며 B씨를 채용할 것을 제안했다. B씨가 시민단체에 정직원이 아닌 무급 위촉직 간사로 근무했다는 사실을 숨긴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청렴시민감사관 조례에 따르면 시민감사관은 관련 분야 자격증을 소유하거나 3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B씨는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감사원은 “시민단체가 B씨를 추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C센터장은 지난해 9월 진행된 면접평가에서 B씨를 추천했다. 한 외부위원이 “B씨가 회계 분야 자격증이 없고 시민단체 경력밖에 없다”고 지적하자 C센터장은 “센터 내 가용 인력이 부족하다. B씨에 대한 내부 추천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면접위원들은 센터 사정을 존중하자며 B씨의 점수를 조정해 위촉했다. 감사원은 “탈락했어야 할 B씨가 비상근직 청렴시민관에 위촉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서울시교육청 자체 조사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공정한 심사를 위해 B씨가 나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혀서는 안 됐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B씨가 회계 관련 자격은 없지만 시민단체에서 5년7개월간 행정 감시 업무를 하면서 청렴시민감사관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격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서울시교육감에게 A씨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