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학생은 바뀐 성 정체성에 따라 공립학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미국 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승소까지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한 청소년의 용기가 미국 사회에 작은 변화를 만들었다.
11일 NBC뉴스에 따르면 제11순회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7일 성전환자 드루 애덤스(19)가 학교에서 성적 정체성과 일치하는 성에 따른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한 하급법원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판결했다. 생리적 문제를 놓고 성전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겪던 그가 3년의 소송 끝에 승리한 것이다.
애덤스의 투쟁은 플로리다주 세인트존스 카운티의 앨런 D.니즈고교에 입학한 2015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교 측은 애덤스가 성전환자라는 이유로 남자 화장실이 아닌 여자 화장실이나 별채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했다.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학교 측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결국 애덤스는 2017년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공립학교가 속한 지방자치단체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이다.
다행히 주요 로펌들이 애덤스를 지지하는 변호인단을 꾸리며 지원사격을 했고, ‘타이틀 나인(Title IX)’을 근거로 들면서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애덤스는 승소할 수 있었다. 타이틀 나인은 연방 재정지원을 받는 모든 학교의 교육 과정과 활동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공립학교가 성별을 이유로 벌을 주어서는 안 되며 성전환 학생에게 해를 끼치는 화장실 사용 규정을 마음대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며 “애덤스가 학교에 다니며 화장실 문제로 모욕감을 겪었으며 학교는 ‘타이틀 나인’에 근거해 애덤스의 명예를 지켜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애덤스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로 다른 성전환 학생들이 나처럼 고통스럽고 굴욕적인 경험을 당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그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자체가 연방항소법원이나 연방대법원에 재심을 요청하면 애덤스는 또다시 기나긴 법정 투쟁을 재개해야 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