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앤 미국 정부가 앞으로 홍콩에서 만든 제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을 붙여야 미국 수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홍콩 기업 제품에 중국과 똑같은 관세를 매긴다는 의미다.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 관보에 45일 후(9월 25일) 홍콩에서 만든 제품은 원산지가 중국임을 표시해야 한다고 고시했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미국 항만에서 10%의 징벌적 관세를 물게 된다. 이는 미 정부가 1992년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에 부여하던 특별지위를 박탈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정부는 홍콩의 자치권 보장을 전제로 무역, 투자, 비자발급 등의 분야에서 중국 본토와 다른 대우를 해왔다. 그러나 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홍콩 정상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며 “특혜도 없고 경제적 대우도 없고 민감한 기술 수출도 없다”고 말했다.
홍콩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4억7100만달러(약 5600억원)로 전체 해외 수출액의 0.1% 수준이다. 대미 수출 규모가 크지 않아 이번 조치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래비스&로젠버그의 무역법 전문가인 샌들러는 “미국이 홍콩에서 생산되거나 실질적으로 변형된 상품을 중국에서 온 것으로 취급하고, 통상법 301조에 따라 중국 제품과 똑같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절차를 담고 있다.
홍콩은 1970~1980년대 제조업 거점이었지만 지금은 직접 거래보다는 재수출 중심지로서 역할이 크다. 현재 홍콩에서 선적된 물품의 약 1% 정도만 홍콩에서 생산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