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 대법관 후보자 주변 평가…“무색무취, 형님같은 법관”

입력 2020-08-11 16:40
다음 달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 후임 후보로 선정된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제공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된 이흥구(57)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묵묵히 일하고 주변을 챙기는 형님 같은 판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보안법 위반 이력이 입길에 오르지만 법관 생활 중 특별히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11일 “모난데 없이 무색무취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23년간 부산, 울산 등에서만 근무해 부산 대표 법관으로 꼽힌다. 성품이 훌륭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같이 근무했던 판사들 중 그를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후배들에게도 신망이 두터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평판사 시절인 1995년 김일성 전기 판매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안기부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도 친분이 있고, 진보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다. 일각에서 진보 성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다. 다만 이 후보자는 주로 민사 재판 등을 맡았고 사회적으로 이목을 끄는 판결을 하진 않았다. 별다른 외부 활동도 없었고 조용히 판사 생활을 했다는 평가다.

이 후보자는 최근 부산고법에서는 형사부 재판장으로 성폭력, 살인 등 사건을 담당했다. 최근 판결들을 보면 1심을 뒤집고 중형을 선고하거나 형량을 크게 깎는 등의 경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후보자는 지난 5월 태권도학원 사범이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미성년자의제강간)로 징역 2년을 받은 사건에서 1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피고인만 항소했던 사건이었다. 이 후보자는 당시 “당사자들이 부적절하지만 연인관계였고 피해자와 부모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경심과 미숙한 감정을 이용해 성적 욕망을 채웠다”고 지적했다.

1심 형량을 깎은 판결도 있었다. A씨는 군대 선임이었던 B씨의 여자친구를 노래방에서 강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B씨는 A씨에게 배우자를 소개시켜주고 결혼식 사회까지 봐준 사이였다. 이 후보자는 지난 4월 “피해자가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면서도 “A씨가 2200만원을 보상했고 피해자가 법 한도 내에서 선처해달라는 서면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형량은 집행유예로 감경됐다.

이 후보자 임명 후 대법원의 무게추가 진보 성향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아끼는 판사로 꼽힌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대법관들이 임명 후 자신의 성향을 판결에서 펼치려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특정 세력이나 지역이 아닌 모든 국민들의 대법관이라는 것을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성원 구자창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