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람 죽였다’ 가짜뉴스에 시카고서 심야 폭동… 총격전도

입력 2020-08-11 16:36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최대 번화가에서 10일(현지시간) 자정 무렵부터 새벽 사이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 일어나 경찰 특수기동대가 현장에 출동해 대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시카고의 최대 번화가에서 수백명이 심야에 폭동을 일으켰다.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도심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1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이날 자정부터 새벽 5시 사이 군중 수백명이 ‘환상의 1마일’로 불리는 고급 상점 밀집 지역인 미시간에비뉴를 비롯해 도심 곳곳에서 상점을 약탈했다.

애플, 베스트바이, 루이뷔통, 오메가 등의 상점과 백화점이 도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군중은 PNC은행 등 금융기관의 유리창을 깨고 침입하기도 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시내 중심가의 한 상점 유리창이 심야에 발생한 대규모 폭동과 약탈 피해를 입어 깨져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들은 출동한 경찰을 향해 사제 최루탄을 쏘고 돌과 병을 던지며 저항하기도 했다. 일부는 차량에 탑승한 채로 경찰을 향해 총을 발포해 경찰이 대응 사격에 나섰다.

경찰의 중간발표에 따르면 진압 과정에서 군중 2명이 총상을 입었고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 경찰 측 부상자도 13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브라운 시카고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은 ‘순전한 범죄행위’에 불과하다”면서 “어떤 항의 시위와도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역에서 진행되는 BLM(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의 연장선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브라운 경찰청장은 이번 폭동이 전날 시카고 남부 우범지역 잉글우드에서 발생한 총기 소지자와 경찰 간의 총격전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총에 맞고 쓰러진 범인이 병원으로 실려가자 ‘경찰이 사람을 쏴서 죽였다’는 가짜뉴스가 퍼져 폭동과 약탈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브라운 경찰청장은 “사건 현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분위기가 점차 과열됐다”며 “이후 소셜미디어에 도심 번화가 약탈을 계획하는 게시물들이 잇따라 올라왔다”고 말했다. 경찰 당국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찰 400여명을 도심에 배치했지만 심야의 폭동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폭동을 완전히 진압하기 위해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전면 통제했다. 또 당분간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시카고 도심 진입을 제한할 계획이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한인의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