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 정권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크게 상처받은 국민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 청와대는 신문도 안 보고 여론청취도 안 하냐”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장관, 참모들의 경질을 요구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문제에 관해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안 대표는 “대통령 주변이 온통 눈귀를 가리는 간신배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냐. 예부터 현군 밑에 간신 없다고 했는데 걱정”이라며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할 대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값이 잡혔다니요? 이미 오를 대로 올랐는데 만약 여기서 집값이 더 올라간다면 그것은 국민 보고 죽으라는 이야기”라고도 했다.
연일 안 대표는 정부·여당을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의 주장은 미래통합당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 야권에서 폭우 피해의 한 원인으로 지목한 태양광 사업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수해 대응을 위한 추경 추진 등은 통합당과 국민의당 양쪽에서 모두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국민의당과 통합당 간 정책 공조도 물밑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중도실용 노선을 추진하고 있는 데 긍정적이다.
다만 통합당과 국민의당 간 정책 공조가 선거 연대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통합당은 내부적으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2022년 3월 대선에서 안 대표가 통합당 경선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안 대표 합류로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안 대표의 행보에는 물음표가 달려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 번 낙선했던 그가 대선 준비로 직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당내에선 안 대표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꽤 있다”면서도 “정치적 명분을 중요하게 따지는 안 대표가 통합당 레이스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