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
광주시가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에 들어간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을 도입해 주요 도심 도로 최고 속도를 50km이내로 제한해 인명사고를 줄인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도심 도로 326㎞의 제한 속도를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도심 도로 통행속도를 변경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시가 지난 5월부터 착수한 ‘안전속도 5030’ 교통안전 정책’은 도로위 보행자 안전과 교통사고 발생에 의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일반도로는 50㎞/h,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30㎞/h 이하로 제한속도를 낮추는 게 골자다.
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해소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등 교통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심 도로의 제한속도 기준을 특별히 관리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 공포하고 도시지역 중 주거·상업·공업지역 내 모든 일반도로 최고속도를 50㎞ 이내로 제한했다. 이후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12개 기관이 참여한 ‘안전속도 5030 협의회’를 구성해 이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1년 4월까지 전국 모든 도시에서 이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국내의 경우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시가지 도로에서 과속 등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70% 수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고 교차로·횡단보도가 많은 도심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잦다는 의미다.
따라서 차량 중심으로 설계된 고속도로나 국도, 지방도로와 달리 다양한 도로 이용자를 배려한 속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는 앞서 지난해 제1순환도로 내부 59.2㎞ 구간의 하향작업을 마쳤다. 올해는 20억원을 들여 주요 간선도로의 제한 속도를 조정하는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시는 이미 지난 3월 모든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통행속도를 30㎞로 낮췄다. 시는 하반기부터 해당 도로 내 속도제한 표지판을 교체하고 노면표시를 새로 하는 제한속도 변경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광주에 앞서 2017년 6월부터 ‘안전속도 5030’ 시범사업을 진행한 부산 영도의 경우 전체 사망사고 24.22%, 보행 사망사고가 37.5%가 감소했다.
전국 68개 시범지역에서도 전체 사망자수가 63.6%나 줄었다. 하지만 제한 속도 하향조정에 따른 교통정체는 평균 2분, 택시요금은 평균 106원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제한속도 60㎞인 10개 광역단체 27개 노선에서 시속을 50㎞로 낮춰 13.4㎞ 구간을 주행해 산출한 결과다.
안전속도 5030은 지난 2016년부터 서울 북촌지구를 시작으로 4대문 내, 남산소월로, 구로G밸리, 방이동 등에서 잇따라 시행 중이다.
해외연구에 의하면 시속 60㎞ 주행 때 차량과 보행자가 출동하면 보행자 10명 중 9명이 사망한다. 이에 비해 시속 50㎞는 보행자 10명 중 5명, 시속 30㎞는 1명만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속 60㎞ 주행 충돌 때 5층 높이인 14.2m에서 떨어지는 충격을 받지만 속도를 50㎞로 10㎞(17%)만 낮추면 충격은 31%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핀단드 헬싱키와 프랑스 그루노블의 경우 1970년대 대부분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설정한 데 이어 1980년대는 시속 40㎞, 1990년대는 시속 30㎞ 지역을 확대하는 등 꾸준히 제한속도를 낮추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경제개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도심에서 60㎞의 높은 제한속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속도를 5%만 낮춰도 부상사고는 10%, 사망자는 20% 감소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