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의 도시 브랜드인 ‘하트(♡)’ 모양을 담은 인공 수초섬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역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길 기대했던 인공 수초섬이 많은 인명피해를 낸 의암호 전복사고의 단초가 됐기 때문이다.
사고의 발단이 된 인공 수초섬은 노랑꽃창포 등 수질 정화 식물을 심어 뿌리를 통해 질소 등의 유기물을 제거하는 수질 개선 구조물이다. 춘천시는 2003년에 제작한 900㎡ 크기의 인공 수초섬을 지난해 말부터 보수·확장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섬의 면적을 2900여㎡로 확장하고, 2700여㎡ 면적의 섬을 추가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수위 변동에 따라 항상 수면에 떠 있을 수 있도록 하고, 유실을 막고자 닻을 내려 고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사업비는 총 14억5000만원으로 한강수계관리기금 공모사업에 선정돼 확보했다.
인공 수초섬은 2개를 제작 중이었다. 시는 2003년 의암공원 인근 공지천에 설치했던 인공 수초섬을 지난 5월 의암호로 옮겨 확장 작업에 들어갔다. 직사각형 모양의 수초섬을 춘천 도시브랜드인 하트 모양으로 바꿔 확장하는 것이었다. 시가 지난해 바꾼 도시브랜드는 ‘배려와 사랑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공동체’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인공 수초섬은 완공한 뒤 KT&G 상상마당 인근 강변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시는 도시브랜드 ‘하트’ 모양을 담은 인공섬이 의암호의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인공 수초섬 2개 중 1개는 완공되기 전인 지난 6일 의암호의 급류에 휩쓸렸고, 이를 고정하려는 작업을 진행하다가 인명피해가 났다. 지역 명물이 돼 보기도 전에 ‘인명피해를 낸 수초섬’이라는 눈총을 받게 됐다. 현재 완성된 나머지 인공 수초섬 1개는 삼천동 옛 중도 선착장 인근에 고정돼 있다.
시민 성모(44)씨는 “하트 모양의 수초섬을 볼 때 마다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며 힘겨워했을 공무원과 근로자들이 떠올라 끔찍할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는 지난 6일 오전 11시34분쯤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7명이 물에 빠졌다. 현재까지 1명이 구조되고 4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2명은 실종됐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