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FP도 취재불가…홍콩경찰 “믿을 수 있는 매체만 허용”

입력 2020-08-11 12:56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가운데) 회장이 지난 1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임원을 체포하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규정한 ‘신뢰할 수 있는 매체’만 브리핑에 참석하도록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홍콩의 언론자유가 끝났다는 국내외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하면서 그동안과는 다른 방침을 하나 적용했다.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자체적으로 분류해 해당 언론사 소속 기자만 현장의 경찰 저지선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 경찰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와 임원 등을 체포하면서 경과 등을 설명하는 현장 브리핑을 진행했는데 장소는 경찰이 쳐놓은 저지선 안쪽이었다.

지난 10일 압수수색을 당한 빈과일보 사옥. EPA 연합뉴스

경찰은 과거 작전을 방해하지 않았던 저명 매체의 기자들만 해당 브리핑에 참석할 수 있다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취재를 제한하는 조치였다. 실제 AFP통신·AP통신 등 외신기자들은 브리핑 참석을 제지당했고, 홍콩 공영방송 RTHK 취재진은 강하게 항의한 뒤에야 저지선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이러한 방침은 국내외적으로 즉각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홍콩 신문행정인원협회는 “보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매체와 경찰 간 희박한 신뢰를 더욱 훼손했다”고 비판했고, 홍콩 기자협회도 “매체를 선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기자회 역시 “경찰 스스로 누가 합법적인 기자인지 결정할 수 있다면 홍콩 언론자유는 끝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회장. AFP 연합뉴스

하지만 홍콩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은 믿을 수 있는 매체란 ‘직업윤리에 어긋난 행동을 하거나 경찰을 방해하지 않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매체’라고 밝히면서도 경찰이 매체의 취재 자격을 허용하는 방식이 됐다는 지적은 전면 부인했다. 경찰 저지선 밖에서는 얼마든지 보도할 수 있기에 특정 언론사를 처벌하거나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