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집값 상승세, 진정되고 있다” 발언 근거 따져보니

입력 2020-08-11 11:04
문재인 대통령 1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한 ‘주택 시장 안정화’와 ‘집값 상승세 진정 양상’의 근거가 무엇이냐에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근거와 데이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우선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참고했을 수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상승했다. 전 주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7·10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4주 동안(0.09%→0.06%→0.04%→0.04%) 상승폭은 차츰 낮아지고 있다. 서울 뿐 아니라 경기도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 둔화를 보고 ‘집 값 안정화’를 강조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매매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 내 구리시는 0.48%나 올랐다. 남양주(0.33%)도 GTX 호재 영향 등으로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크게 나타났다. 세종시 아파트는 매매가격 역시 2.77%나 상승했다. 결국 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통계 만으로는 “집값이 잡히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또 다른 통계를 보면 집값 안정화 분위기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난 4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8억4684만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이 8억4000여만원보다 비싸다는 뜻이다. 지난 6월(8억3542만원) 대비 1142만원(1.4%)이나 오른 수치다.


전세 시장은 더 힘들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포함된 임대차법 개정안이 전격 시행되면서 지난주 서울 전셋값은 올 들어 최고 상승률(0.17%)을 기록했다. 58주 연속 오름세다. 전국 전셋값은 0.20% 올랐고, 수도권(0.22%)과 지방(0.18%) 모두 상승폭이 지난주보다 크게 나타났다. 새 임대차법 시행을 전후해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를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관의 통계도 비슷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전셋값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주택 전세가격 지수는 7월 100.898(기준 100=2019년 1월 가격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어떤 근거로 집값 안정화를 언급했는지 청와대가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8년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한 발언했고 근거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이후 관련 통계를 직접 제시했는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증가율을 따진 자료를 근거로 했다. 다만 최저임금 영향을 크게 받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끼친 영향 등은 빠진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