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은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사고팔았다. 모든 관직은 그 가격이 결정되어 있어서 도의 관찰사는 미화로 5만 달러 정도이며 방백 수령들은 500달러 정도였다.
그 자리가 서울일 수만 있다면 설령 미관말직 일지라도 상당한 수입이 생겨서…각 관찰사나 방백 수령들은 자기의 짧은 재임 기간에 자기가 상납한 밑천을 뽑고, 또 자기의 안락한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 백성에게 과중한 과제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매관매직에서 거래되는 돈이란 결국 백성이 직접 부담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앙 정부에서는 방백 수령들의 그와 같은 ‘사소한 장난’에 개입하지 않는 대신에 만약 그들의 주민들을 참을 수 없을 만큼 착취해 주민들이 그들을 살해하거나 관직으로부터 축출할지라도 방백이나 그의 가족들은 이에 대해 자기의 직위를 회복시켜 달라든가 또는 선처해 달라는 식으로 중앙 정부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중앙 정부에서는 왜 백성을 위해 방백 수령들의 수탈 행위에 개입하지 않았던가? 방백 수령들이 주민에 의해 신속하게 축출되면 될수록 돈을 상납하고 그 자리에 교체될 사람들의 회전 속도가 빠르기 마련이다.
…오늘날 방백 수령들은 서울에 있는 고관대작들의 친구나 연척들 중에서 발탁되기 때문에 자기와는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곳에 부임해 마치 중세에 영주가 없는 장원에 사는 기사들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수탈에만 몰두하는 관리가 되고 있다. 그는 주민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아전은 마치 이리떼와 같아서 주민들을 착취하는 것으로 일과로 삼고 밤이 되면 잠도 자지 않고서 새로운 수탈을 위한 계획을 짜내기에 골몰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이 좀 과장된 것이긴 하지만 아전이 이토록 나쁘게 인식된 것은 서글픈 일이다. (집문당 刊 ‘대한제국멸망사’ 제 3장 정치제도:60~64쪽)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형광펜 독서] 신복룡 역주 ‘한말 외국인 기록’(11): 시·군수 자리 500달러
입력 2020-08-11 09:27 수정 2020-08-22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