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안돼” “솔선수범” 신임간부들 앞 秋·尹 메시지

입력 2020-08-10 19:53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7일 인사 결과 승진·전보하게 된 검찰 고위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각자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추 장관은 최근 윤 총장의 ‘독재 배격’ 발언을 겨냥한 듯 “공정성과 중립성을 파괴하는 말과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솔선수범하고 수사구조 개혁에 노력해 달라”고만 했다. 검찰이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는 둘이 같았다.

추 장관은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곧 새로운 임지로 떠나는 검찰 고위 간부들을 만나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법 집행에 대한 이중잣대 등으로 국민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현재의 정권뿐 아니라 앞으로의 정권을 쳐다보는 해바라기가 돼선 안 된다” “조직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조직 이기주의자가 돼서도 안 된다”고 당부했다.

법조계에서는 ‘중립성을 파괴하는 말’ 발언을 놓고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지난 3일 신임검사 신고식 당시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총장은 당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었다. 여권은 이후 이 발언이 현 정부를 겨냥했다며 윤 총장의 탄핵까지 거론했었다.

추 장관의 ‘제식구 감싸기’ 비판은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선상에 올랐던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을 둘러싸고 나온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추 장관은 “법 집행의 대상자가 된 경우에도 특권의식을 모두 내려놓아야 그나마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 수사팀이 수사에 비협조한다고 밝힌 한 검사장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거듭된 질타가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며 수사팀에 독립성을 부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수사팀은 이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구속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를 적시하지 않았다. 이에 유착을 기정사실화했던 추 장관을 향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었던 상황이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장관의 수사지휘문에는 ‘공모’가 언급됐는데, 이날 발언은 우회적이었다”고 읽기도 했다.

이날 윤 총장의 당부는 지난 3일에 비해서는 짧고 원론적이었다. 추 장관에 이어 간부들을 만난 윤 총장은 “검찰 최고의 간부로서 일선에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중심, 공판중심 수사 구조개혁에 노력해 달라” “검찰은 검사와 검찰공무원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임을 명심해 달라”고 했다.

‘솔선수범’이라는 평이한 말 안에도 속뜻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후배 검사들이 최고 간부들의 판단과 처신을 직접 보고 배우는 만큼 모범을 보이라는 지도였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인사 결과 사의를 표명한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이번에 승진한 간부들을 향해 “후배들의 참담한 시선을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윤 총장은 측근들이 모두 흩어진 고립무원 상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