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후임으로는 현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던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이로써 부동산 대란 속 다주택자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김 수석은 1년 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그런데 김 수석은 온 나라가 부동산으로 떠들썩한 상황에서도 왜 집을 팔지 않았을까. 정말 그는 직 대신 집을 택했을까. 이같은 ‘김조원 미스터리’는 그를 희생양 삼았던 청와대의 기조, 그리고 평소 성격에 따른 청와대 내 불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때다. 이후 15개월 간 같이 근무하며 상당한 신뢰 관계가 쌓였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김 수석이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렸던 이유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민정수석 후임 인선과정에서 김 수석에게 ‘도와달라’는 뜻을 여러차례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직을 1년 6개월여만에 그만두고 청와대에 합류했다.
조 전 수석과 달리 김 수석은 외부 행보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김 수석의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10일 “우병우, 조국 전 수석이 특수했을 뿐 원래 민정수석은 그림자처럼 지내던 자리”라며 “감사원에서 오래 근무했던 김 수석은 그 역할에만 충실하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수석의 청와대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의 서울 강남집 두 채를 두고 내로남불의 상징으로 떠오른 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도곡동 한신아파트를 1991년, 잠실 갤러리아팰리스는 2001년 구입했다.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들어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해당 아파트들 구입 시기도 20년이 다돼가는 상황에서 김 수석은 본인이 부도덕한 인사로 꼽히는 데 원한이 맺혔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직기강비서관 근무 당시 청와대 인사검증 매뉴얼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있다. 노무현정부 때만 해도 서울지역 두 채 아파트는 투기로 보지 않았다. 부모 부양이나 근무지 문제 등이 원인일 수 있어서다. 당시에는 고위공직자 검증 시 수도권에 세 채 이상 보유했을 경우에만 투기 검증으로 올렸다. 김 수석 입장에서는 청와대 입성 1년도 안된 본인이 무리하게 부동산정책 실기의 희생양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의 ‘꼬장꼬장한’ 성격도 청와대 내 불협화음을 일으켰다고 한다. 감사통으로만 20년 이상 근무했던 그는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그립’을 세게 잡는 편이다. 청와대 근무 중에서도 자기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면서 노영민 비서실장 등 일부 참모들과 관계가 틀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부동산 문제가 터지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표를 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레임덕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노화처럼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라며 “이를 연착륙 시켜야하는데, 부동산 문제로 청와대 참모들이 몽땅 교체되는 사고로 레임덕이 언급되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