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 화백 일제강점기 다룬 ‘35년’ 7년 대장정 마무리

입력 2020-08-10 17:12 수정 2020-08-10 17:19
박시백 화백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열린 '35년' 완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시백 화백의 일제 강점기 역사만화 ‘35년’(비아북)이 완간됐다. 2018년 1월 1권을 출간한 지 2년 7개월 만이고, 준비기간 5년까지 포함하면 7년여 만이다.

박 화백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7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관련해 “조선왕조실록을 마친 후 일제 강점기를 다뤄달라는 요구가 많기도 했지만, 위안부 문제 등이 현안이 되는 것을 보면서 이 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겠다고 보고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2013년 12년이 걸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마무리한 박 화백은 독립운동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자료 수집에 나서 5년 만에 첫 번째 책을 내놨다. 작업을 돕는 어시스턴트 한 명 두지 않고 자료 조사, 콘티, 밑그림, 채색 등 모든 작업을 직접 하는 바람에 일정이 더뎠지만 완성도는 높아졌다. 균형 잡힌 역사서술과 학습효과 제고를 위해 현직 역사 교사 9명이 편집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의 경우 단일 기록인 조선왕조실록과 달리 여러 시각이 존재하고 자료가 상충해 정리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박 화백은 “이름도 몰랐던 많은 이들이 한 세대가 넘는 긴 세월 동안 포기하지 않고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모습을 보면서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이 꼭 봐줬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선 2권(3·1 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과 7권(밤이 길더니…먼동이 튼다)을 들었다. 박 화백은 “3·1 운동은 유관순이나 민족대표 33인만으로 대표되는 운동이 아니라 전 민족이 떨쳐 일어난 대단한 과정”이라고 부연했다. 1000명이 넘는 등장인물 중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김 알렉산드라, 최재형 등을 들었다. 그는 “김 알렉산드라와 최재형 같은 이는 연해주에서 태어났고, 모국에서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는데 끝까지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조국 독립을 위해 장렬히 목숨을 던진 것을 보면서 ‘과연 나라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독립운동가들 외에 친일의 역사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행히도 친일 부역자들이 해방 후 40년간 주류로 살아왔다”며 “그들이 누린 영화와 재산을 빼앗는 건 어렵지만 최소한 기억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설명했다. 향후 작품 계획과 관련해 박 화백은 해방 이후의 역사나 고려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