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숙객 27명 사상’ 광주 모텔 방화범, 징역 25년 선고

입력 2020-08-10 17:00
광주의 한 모텔에 불을 질러 투숙객 27명을 사상케 한 혐의(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를 받는 김모씨(39)가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광주지법으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망상·환청에 시달리다 자신이 머물던 모텔에 불을 질러 인명피해를 낸 3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10일 광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노재호 부장판사)는 현존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39)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9년 12월 22일 오전 5시45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에 위치한 모텔에서 머물다 라이터를 이용해 3층 객실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범행 전날인 21일 오후 6시쯤 광주 북구 용봉동 소재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김씨는 ‘옆방에서 내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것 같다. 나를 공격하려고 4명이 와 있는 것 같다’며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로부터 ‘신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들은 김씨는 대금을 환불받고 해당 모텔을 나왔다.

이후 두암동 모텔로 장소를 옮긴 김씨는 망상과 환청에 사로잡혀 베개 솜과 화장지에 불을 붙여 객실 전체에 불을 질렀다.

김씨의 방화로 투숙객 3명이 숨지고, 24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모텔 건물 수리에 드는 돈만 11억원이 넘는 등 재산피해도 났다.

조사 결과 김씨는 ‘누군가의 공격과 감시를 받는다’는 망상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망상·환청 등 정신질환의 증상이 나타난 때는 범행 전날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전 자신의 정신질환을 자각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시간적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김씨의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피해자 3명은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으며, 목숨을 구한 피해자들도 유독가스 흡입이나 탈출 과정에서 생긴 부상으로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죄질과 범행 결과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평소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