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장악부터… 홍콩 경찰 200명, 빈과일보 사옥 급습

입력 2020-08-10 17:44
(홍콩 AFP=연합뉴스) 1일 보안법 반대 시위를 진압하던 한 홍콩 경찰(왼쪽)이 취재기자들(오른쪽)을 향해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홍콩 경찰은 '홍콩독립' 깃발을 소지한 한 시위 참가자가 첫 보안법 위배 사범으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홍콩 정관오 지역 빈과일보 사옥 앞. 200여명 홍콩 경찰이 들이닥쳐 임원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는 이날 오전 자택에서 이미 체포됐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홍콩 경찰 홍콩보안법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처’는 지미 라이를 외국 세력과 결탁, 선동적인 언행, 사기 공모 등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 AFP=연합뉴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24일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자 달아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와 홍콩 친주파 진영은 그를 외세와 결탁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배후조정한 인물이라고 강력 비판해왔다. 홍콩 경찰은 빈과일보 사옥을 급습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최고경영자(CEO) 청킴훙, 최고재무책임자(CFO) 차우탓쿤 등을 체포했다.

청 CEO는 외세와 결탁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혐의로 체포됐다. 차우 CFO는 사기 공모 혐의로 체포됐다. 비슷한 혐의로 지미 라이의 두 아들도 이날 오전 끌고 갔다. 해외에 있는 지미 라이의 최측근 마크 시먼에게도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앞서 친중파 단체 홍콩정연회(香港政硏會)는 빈과일보 모기업인 ‘넥스트 디지털’ 운영에 있어 지미 라이 등이 부정을 저질렀다며 고발한 바 있다. 경찰은 이날 빈과일보 압수수색에서 편집국 등을 배제했다고 밝혔지만 홍콩 야당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은 “지미 라이의 체포와 빈과일보 압수수색은 언론계 전체를 두려움에 떨게 할 것”이라며 “기본법(홍콩의 실질적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미 라이는 지난 6월 30일 홍콩보안법 시행 후 이 법을 적용해 체포한 세 번째 사례가 됐다. 지난 1일 홍콩 주권반환 기념 시위에서는 360여명 시위대가 체포됐다. 당시 시위 현장에서 경찰을 공격한 23세 남성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음 기소됐다. 이 남성은 ‘광복홍콩 시대혁명’ 깃발을 꽂은 오토바이를 몰고 시위 진압 경찰을 향해 돌진하다 체포됐다. 국가 분열 선동과 테러리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29일에는 16∼21세 학생 4명이 국가 분열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학생들은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학생들의 시위를 이끈 조직인 '학생동원'(學生動源·Studentlocalism) 전 구성원들이다. 경찰은 체포된 학생들이 홍콩 독립을 지향하는 조직을 만들어 ‘홍콩공화국’을 건립하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다음달 6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1년 연기됐다. ‘우산 혁명’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 등 민주파 인사 12명은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