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첫째 주 국내선 이용객 수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저가 티켓의 대량 공급, 이른바 ‘출혈 경쟁’으로 인한 효과여서 수익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10일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이달 2~8일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공항 14곳의 국내선 여객 수는 70만9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지난달 국내선 이용객 수는 498만1276명으로 지난해의 70% 수준을 회복한 바 있다. 휴가철을 맞았지만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시민들이 국내 여행지로 몰린 결과다.
다만 국제선까지 합친 여객 수는 여전히 코로나19 타격이 이어졌다. 지난달 인천공항을 포함한 전국 공항 15곳의 이용객 수는 520만4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7%나 감소했다. 이달 초 국내선 여객 수는 LCC가 주도해서 끌어올렸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의 국내선 여객 수는 20만5641명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줄었다. 반면 LCC의 국내선 여객 수는 50만4159명으로 지난해보다 31% 뛰었다.
그러나 당분간 여객 수 증가가 수익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해당 회복세는 값싼 티켓을 대량 풀면서 끌어낸 ‘출혈’ 수치이기 때문이다. 실제 주행 거리가 짧아 수익성이 낮은 내륙 노선(제주를 제외한 국내 노선) 위주로 항공 공급량이 대폭 늘었다. LCC의 내륙 노선 공급량은 지난달 넷째 주 754편으로 지난해보다 95% 증가했다. 이달 첫째 주의 경우 817편으로 배 이상 뛰었다.
항공협회 관계자는 “비(非) 제주 노선은 이·착륙 시 드는 유류비가 상대적으로 비싸 수익성이 낮다”며 “그런데도 LCC들이 어떻게든 적자를 면하고자 내륙 노선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티켓 가격도 바닥을 쳤다. 김포~부산 편 항공권 가격의 경우 주말에도 평균 2만~3만원으로 서울~부산 KTX 가격보다 저렴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기간 장마까지 맞닥뜨렸다. 이날 태풍 장미의 영향으로 김포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 등에서 항공기 총 66편이 무더기 결항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지난 7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중장기적으로 항공산업을 지원하는 조합을 설립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전달했다. 항공업계는 호소문에서 “정부가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지만 현재 위기를 극복하려면 단기 대응을 넘어 금융안전망 신설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며 “산업경쟁력 강화와 육성을 위한 보증과 투자, 일시적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융자 등 종합 금융기능이 가능한 조합 형태의 안전망을 신설하는 데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원을 요청한다”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