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한 아비프타딜이 임상시험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 합작 뉴로렉스(NeuroRx) 제약회사와 스위스의 릴리프 세러퓨틱스(Relief Therapeutics)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공동 개발한 아비프타딜(RLF-100)이 임상시험 결과 코로나19 중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제약회사에 따르면 미국 코로나19 중환자 가운데 아비프타딜을 투여받은 환자 16명이 4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호흡부전에서 회복됐다. 이 환자들의 흉부 X선 영상을 확인한 결과, 혈중 산소포화도가 급속히 회복되고 산소를 온몸에 보내는 폐 기능이 되살아났다.
아울러 이중(double) 폐 이식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치료를 받던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도 이 약을 투여받고 4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뗐다고 전했다.
두 제약회사에 따르면 이는 모두 산발적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대조군을 설정한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이달 중 시작할 예정이다. 이 임상시험은 미국 5개 의료기관에서 증상이 중증도(moderate)이거나 중증(severe)인 코로나19 환자 약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들의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면 자택격리 중인 환자들에게도 투약되며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게 된다고 두 제약회사는 설명했다.
뉴로렉스 사의 요나단 자비트 회장은 “그 어떤 항바이러스제도 바이러스 감염에서 이처럼 신속히 회복시키고 또 시험관 실험이지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비프타딜은 음경 측면 조직에 직접 주사하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주사 후 5분쯤 지나면 음경이 발기되도록 해준다. 발기부전 환자는 처음 병원에서 주사 방법을 배운 뒤 집에서 혼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임상시험에서는 이 약이 폐 조직 깊숙이 도달할 수 있도록 환자에게 흡입시킨다.
아비프타딜은 혈관작용 장 폴리펩티드(VIP: vasoactive intestinal polypeptide)라는 특허 합성물질과 펜톨아민(phentolamine)을 결합해 만든 약으로 영국에서는 인비코프(Invicorp)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성분이 합치면 음경으로 들어가고 나가는 혈류를 촉진, 발기가 유지되게 한다.
체내의 VIP는 70%가 폐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2형 폐포세포(alveolar type Ⅱ cell)와 결합해 염증 유발 단백질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토카인은 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사이토카인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염증 폭발에 의한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 일어나 폐와 다른 장기에 파국적인 손상을 일으켜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폐포세포는 산소를 체내에 공급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므로 이 세포가 없으면 호흡부전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폐포세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증식을 위해 들어가는 출입구인 ACE-2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두 제약회사는 아비프타딜에 들어있는 합성 VIP는 폐포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진입을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아비프타딜은 2001년 미국 식품의약처(FDA)로부터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RDS: 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을 치료하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2005년에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도 승인을 받았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