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밀양공연예술축제 추진위원회가 국내 연극축제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연극인 ‘박근형展’을 10일부터 개최한다.
박근형 연출의 극단 골목길의 대표적인 세 작품이 잇따라 밀양아리나(구, 밀양연극촌) 우리 동네 극장에서 공연되는 것이다.
지난해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와 ‘한국연극 베스트 7’에 선정된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는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 동안 하루 1회 공연(오후 7시)으로 무대에 오른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는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두 형제의 남루한 인생이야기를 애잔한 가족사(史)로 다루고 있는 연극이다.
극중 인물 재철을 중심으로 권력형 성폭력을 둘러싼 문제를 박근형식 시선으로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으로 지난해 동아연극상 연기상 3관왕을 수상한 성노진, 강지은, 김은우가 출연하고 탤런트 방은진 씨가 무대에 오른다.
이어 두 번째 작품으로는 ‘만주전선’이 12일부터 13일까지 공연된다.
만주전선은 2014년 ‘한국연극 베스트 7’에 선정된 작품으로 1942년대 만주국의 수도(현 중국의 장춘)을 무대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만주로 떠나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을 통해 시대의 모순된 역사성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경주이씨 국당공파라는 가성적인 한국사회 전통성을 설정해 3대에 걸쳐 일본의 혼혈성을 안고 살아가는 역사의 모순성을 오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극이다.
이어 박근형전 마지막 작품 ‘해방의 서울’은 14일부터 15일까지 공연된다.
이 작품은 만주전선 이후 친일(親日)의 혼혈성을 풍자하고 있는 연극으로 해방 70년을 지나온 대한민국 사회에 여전히 친일의 혼혈로 오염된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다.
“청산되지 않는 역사는 온전한 ‘해방의 서울’이 아니다”는 박근형식 풍자와 조롱으로 매섭게 전달되는 연극이다.
박근형전을 기획한 김건표 추진위원장은(연극평론가, 운영총감독) “박근형 연극은 현실사회의 오염된 환부를 날카로운 풍자와 조롱으로 달리면서도 재밌다. 현실의 이면들이 난투극을 하듯 작품으로 투영되고 섞여져 박근형의 강한 저항적 내면성은 독특한 극단 골목길의 연극언어로 표현되고 있다”면서 “극단 골목길 배우들의 날 것의 연기는 박근형 작품을 현실사회로 살아 숨을 쉬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11일에는 박근형 연출과 극단골목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세미나를 전정옥 상명대 교수(연극평론가) 진행을 맡아 다양한 주제로 열린다.
이주영(연극평론가)는 박근형의 희곡세계와 관련해 발제를 하고 박근형 연극의 연기미학과 연출미학, 작품세계를 연극평론가와 연출, 배우들이 이날 박근형전과 작품세계를 다루게 된다.
김 추진위원장은 “앞으로 박근형전을 시작으로 국내 대표적인 희곡작가, 연출의 작품을 해마다 ‘올해의 연극인’으로 선정해 밀양공연예술축제를 통해서만 특별한 공연과 작품세계를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