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 ‘형소법·검찰청법 하위법령안’ 작심비판

입력 2020-08-10 15:37

김창룡 경찰청장이 검·경 수사권조정 관련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입법예고안의 구체적 내용이 검찰과 경찰의 대등하고도 협력적인 관계, 검찰의 수사 권한 축소라는 수사권조정의 애초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청장은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법예고된) 대통령령은 형사소송법이나 검찰청법 개정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법무부가 수사권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대통령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김 청장이 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직접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청장은 입법예고된 두 가지 대통령령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은) 과거에는 지휘부서였던 법무부가 주관하는 게 맞았겠지만, 지금은 경찰과 검찰이 상호협력하는 대등한 관계가 된 만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주관해야 한다”며 “법무부의 반대로 안 된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향후 수사준칙이라 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각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 및 개정작업이 법무부에 의해 독단적으로 이뤄질 것을 염려한 발언이다.

검찰청법 대통령령의 경우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를 상위법령보다 넓게 잡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 청장은 “검찰청법의 개정 취지는 검찰의 수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시행령에서 수사 범위를 넓히려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 개정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개 범죄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령에서는 마약범죄와 사이버범죄를 각각 경제, 대형참사 범죄에 포함해 검사가 수사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검사가 압수수색 등 일정한 영장을 발부받으면 수사개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사건이더라도 계속 수사가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수사 초기에 나오는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그걸 받았다고 해서 법에 규정된 영역 바깥의 범죄까지도 수사할 수 있게 한다는 건 법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찰은 입법예고 기간 경찰의 이런 입장이 최종안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