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검찰 내부망에 남긴 글에 이틀 만에 댓글 360여개가 달렸다. 검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문 지검장의 퇴직을 아쉬워하는 검찰 내부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문 지검장은 10일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추가로 글을 남겼다.
앞서 문 지검장은 지난 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추 장관이 친정부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법무부는 이달 중순쯤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해당 글에는 10일 오후 2시쯤까지 36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평검사부터 검사장들까지 다양한 검사들이 댓글을 남겼다. 많은 검사들이 “검사로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되새기겠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한 평검사는 “너무 먹먹하다. 검사장님 가르침에 부끄럽지 않는 검사가 되겠다”고 했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이름 앞에 ‘검사’ 두 글자 붙이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검사란 무엇인가 혼란스러운 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검사장님이 남겨주신 말씀이 많은 검사들이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했다.
지난 1월 문 지검장과 함께 지방 발령이 났던 한동훈 검사장은 “오랜 시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라고 댓글을 썼다. 이번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에 임명된 조상철 고검장은 “바르고 강직한 모습 오래도록 기억날 것”이라고 남겼다.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은 “후배들에게도 ‘저런 선배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음을 위안으로 삼습니다”라고 썼다. 댓글은 이번 인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문 지검장의 퇴임을 아쉬워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지난 1월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친정부 성향 인사가 요직에 배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지검장은 이날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 된다”며 재차 글을 올렸다. 그는 검사장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지검장은 “눈치보고 침묵하고 있다가 퇴임식에 한 두 마디 죽은 언어로 말하는 게 무슨 울림이 있겠느냐”며 “국민들의 시선과 여러 검사장들만을 묵묵히 보는 후배들의 참담한 시선을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