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에서 집중호우에 따른 섬진강 범람 등으로 인해 주택과 시설 등이 잠기면서 축사에 있던 소떼가 물속을 떠다니다 겨우 안착한 지붕 위에서 꼬박 하루를 버티고 나서야 지상으로 내려왔다.
10일 구례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소방당국이 기중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주택 지붕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황소 구조 작전에 나섰다.
침수피해를 입은 구례읍 한 마을 주택의 찌그러지고 패인 지붕 위에 홀로 고립된 소는 마취 성분의 진정제가 담긴 화살촉을 맞고 격한 몸부림에 떨다 서서히 주저앉았다.
물이 빠지는 동안 땅으로 내려오지 못한 소는 전날까지만 해도 4마리가 한 지붕 위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었으나 지붕이 꺼지면서 하나씩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3마리의 소를 지켜보며 홀로 지붕 위에서 버텼다.
주택 방바닥과 마루로 떨어진 2마리의 소는 다리를 심하게 다쳤지만 운 좋게 살아남았으나 폭우에 휩쓸린 잔해더미 위에 추락한 소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았다.
홀로 지붕 위에 남은 소는 진정제를 맞고 주저앉았으나 구조대가 지붕 위로 올라 기중기 고리에 걸 줄을 묶으려는 동안 경계심을 드러내며 버티기 시작했다.
구조대는 소의 기운이 빠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목과 뿔에 줄을 걸어 더는 저항하지 못하도록 건물 철골에 묶어 맨 뒤 소의 무게가 고루 분산되도록 목, 앞다리, 뒷다리에 굵은 밧줄을 걸었다.
엉덩이에 첫 번째 진정제 화살을 맞고 1시간30분을 버틴 소는 마침내 기중기에 끌어 올려져 주택 뒷마당에 안착했다.
이와 함께 구조된 다른 소들은 불어난 강물과 빗물을 들이켜 폐렴 증세를 보임에 따라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우려가 크다.
구례군은 구조된 소들에 대한 치료에 나서는 한편 죽은 소들의 사체 처리에도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구례=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