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 여름철 별미 ‘한치’가 없다

입력 2020-08-10 14:28 수정 2020-08-10 16:31
제주항 앞바다에서 어민들이 여름철 제주 별미인 한치를 낚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의 여름 바다를 수놓아야 할 ‘한치’가 올해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당 거래가는 예년의 2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 9일 저녁 제주동문수산시장에서는 한치 가격을 묻고는 망설이다 돌아서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파장 시간임에도 한치 가격은 활한치 기준 ㎏당 5만원선. 한여름 제주도의 예년 한치 가격이 ㎏당 2만5000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2배가량 오른 금액이다.

제주지역에 장마가 50일 가까이 역대 최장기간 이어지며 해수 온도를 낮춘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난류성 어종인 한치는 표층 수온이 조금만 낮아져도 좀처럼 근해로 접근하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기상 상황 악화로 조업이 중단되면서 활한치를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다.

제주도 해양수산국 관계자는 “어장 형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채낚기 어선들이 한치 대신 갈치잡이에 나서고 있다”며 “이례적인 기상 현상에 올해는 윤달이 들면서 한치가 9월에나 더 잡힐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제주 근해 표층 해수 온도는 24~26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도가량 낮은 상황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예년 대비 열흘가량 늦었다”며 “낮은 수온이 근해에서 이뤄지는 한치 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성산포수협의 한치 경매가는 생물 기준 kg당 5만원(선어 kg당 3만원)까지 치솟았다. 성산포수협 관계자는 “그날그날 경매가가 달라지는데 최근 들어 한치 가격이 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치 도맷값이 오르면서 식당들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제주에서는 날된장에 각종 양념과 채소를 곁들인 물회가 여름철 별미 메뉴인데 올여름 한치가 ‘금치’가 되면서 손님상에 내놓기가 어려워졌다. 일부 향토음식점은 한치물회 가격을 1000~2000원 올렸고, 일부 가게는 생물 한치 대신 냉동 한치를 사용해 수요를 맞추고 있다.

도내 수산시장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냉동 한치만 ㎏당 2만5000원 선에 판매하고 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며칠째 활한치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손님들도 8월에 한치 먹기가 힘들다고 무척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