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추락 피한 딱 한마리… 지붕 위 황소 구출 작전

입력 2020-08-10 14:25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 지붕 위에서 119대원들이 소를 구조하고 있다. 오른쪽은 주택 내부로 추락해 앉아 있는 소. 연합뉴스

집중호우로 인한 물난리에 지붕 위로 피신한 소들이 드디어 땅을 밟았다.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한 마을 주택 앞에는 커다란 기중기가 자리했다. 119구조대도 등장했다. 지붕 위 황소 구출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하루 동안 물속을 헤엄친 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 꼭대기에서 다시 하루를 버텨낸 소들이었다.

처음에는 4마리가 있었으나 하나둘 지붕이 꺼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운 좋게 방바닥과 마루로 떨어진 2마리는 다리를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안타깝게 잔해더미 위에 추락한 소는 눈을 감았다.

소들이 최근 폭우와 하천 범람으로 물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 이후 물이 빠지면서 땅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시설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주민들이 소를 지붕 아래로 안전하게 내릴 방도가 마땅히 없자 임시 방편으로 먹이를 뿌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남은 소 한 마리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지붕은 여기저기 잔뜩 찌그러지고 패인 상태였다. 곳곳은 이미 붕괴돼 주택 내부로 내려앉아 있었다. 그 사이로 집 안 모습이 비쳤는데 거기에는 지붕 위에 있다가 추락한 일부 소들이 앉은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조대는 먼저 진정제가 담긴 화살촉을 소의 엉덩이에 쐈다. 소는 격하게 몸부림치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내 힘이 풀어진 소가 주저앉았고 본격적인 구조 움직임이 시작됐다. 기중기 고리에 걸 줄을 소 몸에 묶었고, 저항하지 못하도록 목과 뿔에도 줄을 걸었다.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 지붕 위에서 119대원들이 소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 지붕 위에서 119대원들이 소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소는 주변 축사에서 사육하는데 최근 폭우와 하천 범람으로 물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 이후 물이 빠지면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가 집 안으로 추락했다. 연합뉴스

경계심에 힘겨루기하던 소의 기운 조금씩 빠지자 구조대원은 등에 올라타 목, 앞다리, 뒷다리에 굵은 밧줄을 걸었다. 무게가 고루 분산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두 시간에 가까운 작업 끝에 소는 지붕 위에서 네 발을 뗄 수 있었다. 이어 집 뒷마당에 안전하게 안착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