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인한 물난리에 지붕 위로 피신한 소들이 드디어 땅을 밟았다.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한 마을 주택 앞에는 커다란 기중기가 자리했다. 119구조대도 등장했다. 지붕 위 황소 구출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하루 동안 물속을 헤엄친 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 꼭대기에서 다시 하루를 버텨낸 소들이었다.
처음에는 4마리가 있었으나 하나둘 지붕이 꺼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운 좋게 방바닥과 마루로 떨어진 2마리는 다리를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안타깝게 잔해더미 위에 추락한 소는 눈을 감았다.
남은 소 한 마리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지붕은 여기저기 잔뜩 찌그러지고 패인 상태였다. 곳곳은 이미 붕괴돼 주택 내부로 내려앉아 있었다. 그 사이로 집 안 모습이 비쳤는데 거기에는 지붕 위에 있다가 추락한 일부 소들이 앉은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조대는 먼저 진정제가 담긴 화살촉을 소의 엉덩이에 쐈다. 소는 격하게 몸부림치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내 힘이 풀어진 소가 주저앉았고 본격적인 구조 움직임이 시작됐다. 기중기 고리에 걸 줄을 소 몸에 묶었고, 저항하지 못하도록 목과 뿔에도 줄을 걸었다.
경계심에 힘겨루기하던 소의 기운 조금씩 빠지자 구조대원은 등에 올라타 목, 앞다리, 뒷다리에 굵은 밧줄을 걸었다. 무게가 고루 분산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두 시간에 가까운 작업 끝에 소는 지붕 위에서 네 발을 뗄 수 있었다. 이어 집 뒷마당에 안전하게 안착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