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조성환(43) 감독의 표정은 다소 굳어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자리에 앉은 지 불과 사흘째, 지휘한 첫 경기를 0대 2 패배로 마무리한 뒤였다. 마이크 앞에 선 뒤 먼저 깊은 한숨을 내쉰 조 감독은 팬들을 향한 사과로 취임 첫 기자회견 말문을 열었다.
조성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인천은 이날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5라운드 성남 FC와의 경기에서 0대 2로 패했다. 전반부터 수비라인을 하프라인까지 끌어올리는 공격적인 전술로 성남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결국 조급해진 인천은 성남의 대표팀 출신 공격수 나상호에게 K리그 복귀골을 포함 2골을 얻어맞았다.
올 시즌 27라운드 뿐인 K리그1에서 15라운드째 승점 5점에 그친 건 이만저만한 위기가 아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시즌이야말로 강등을 피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 일부는 화를 참지 못해 지침을 어기고 육성으로 야유를 보내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성환 감독의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어느 정도 묻어났다. 조 감독은 “(강등을) 우려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면서 “강등과 상관 없이 한 경기 한 경기 팬들이 계시고, 선수들도 개인적인 자존심이 있다. 팬들과 선수 개인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힘없이 당하는 그런 모습은 절대 보여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인천의 경기력은 사실 전반까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길라르부터 측면으로 뻗어나오는 패스 줄기는 여전히 위력적이었고, 부상에서 돌아온 마하지도 중원을 효율적으로 장악했다. 측면의 지언학과 이준석은 번뜩이는 장면을 곧잘 만들어냈다. 마지막에 방점을 찍지 못한 게 결국 상대와의 차이였다. 승장인 성남 김남일 감독도 “정말 힘든 경기였다”고 토로했다.
조성환 감독은 앞서 지난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2018시즌까지만 해도 5위로 리그를 마감했던 조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도중 경질됐다. 당시 조 감독 대신 최윤겸 감독이 팀을 이어받았지만 제주는 결국 리그 꼴찌를 기록하며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조성환 감독은 “제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면서 “계속 이기지 못해 심리적으로 쫓기고 불안해하고, 그로 인해 경기력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굴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말을 이은 뒤 “이기려고 99%의 노력을 하고 1~2% 부족한 걸 개인적으로 메워가야 한다. 기술이든 멘탈이든 코치진과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이날 자진사임한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의 빈자리에도 아쉬움을 나타내는 한편 구단 전체의 책임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함께 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경기 전에 얘기하더라”라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쉽다. 서로간의 역할 각자 위치에서 잘해볼 기회였다 생각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이 실장의 문제가 아니다. 7년간 감독이 7명 바뀌었다는데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각자 맡은 부분에서 돌이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가 간절한 선수, 이기고자 하는 선수들을 가리지 않고 선수단을 구성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천=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