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을 당한 피해자는 13만5000여명이다. 이들 중 50대 남성이 저금리 대출 상담에 가장 많이 속아넘어갔다. 10일 발표한 금융감독원 분석 결과 자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은 낮은 금리 대출로 유혹해 수수료 등 금전을 편취하는 대출 빙자형(76.7%) 피해가 정부 기관 또는 지인 사칭형(23.3%)의 3배 수준이었다.
피해자 연령 별로는 50대(32.9%)가 가장 많았다. 40대(27.3%), 60대(15.6%)가 뒤를 이었다. 특히 대출 빙자형은 50대(33.2%), 40대(31.4%)에서, 사칭형은 50대(32.0%), 60대(24.3%)에서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성별로는 대출 빙자형 피해 비중은 남성(57.9%)이 여성(42.3%)보다 높았다. 사칭형과 메신저 피싱은 여성(69.0%·70.6%)이 남성(31.0%·29.4%)보다 높았다. “저금리로 돈을 빌려드립니다”라는 피싱에는 중년 남성이, “엄마 나 돈 좀 빌려줘” 같은 사칭 피싱에는 중년 여성이 속는다는 뜻이다.
메신저 피싱은 4분기 유독 많아진다. 계절 영향을 받는다. 2017년(491명), 2018년(3365명), 2019년(1914명) 모두 4분기에 메신저 피싱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범 입장에서 현금화가 마지막 단계인데 추운 겨울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출책 등의 활동이 아무래도 움츠러들어 간편하게 소액 이체가 가능한 메신저 피싱이 많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 등급이 낮은 이들이 대출 빙자형 피해에 취약했다. 대출 빙자형 피해의 경우 저신용자(7∼10등급)가 58.8%로 가장 많았다. 중신용자(4∼6등급)와 고신용자(1∼3등급) 피해는 각각 36.4%, 4.8%를 차지했다. 사칭형은 고신용자(65.1%) 피해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저신용자는 6.1%에 불과했다.
피해자들은 금융권에서 모두 2893억원(피해자 피해금 이체일 기준 3일 이내 받은 대출)을 대출받았다. 대출 빙자형 피해자(91.0%)의 대출금이 대부분이었다. 피해 업종별 대출 비중은 카드사(29.1%), 저축은행(23.4%), 대부업(19.1%) 순으로 높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빙자형 피해자의 경우 신규 대출 이용 금융사가 대부업에서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사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최근 카드론 신청의 편의성이 높아진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