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외야에 설치된 카메라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사인을 훔친 것으로 드러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올시즌 벌써 두번째 벤치클리어링에 휘말리며 타 구단의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 휴스턴은 2017년 우승, 2019년 준우승 등 빛나는 성적을 쌓았지만 외야 카메라→덕아웃에 인편(또는 모니터링 카메라) 전달→타자에게 사인 전달(덕아웃 쓰레기통 두드리는 소리) 식의 구조로 상대팀 포수 사인을 훔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치팅(cheating) 우승이란 불명예를 받았다. 타 구단 선수들은 올해 “시즌이 시작되면 보자”며 단단히 별러왔는데, 실제 시즌이 개막하자 몸싸움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휴스턴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원정경기에서 2-6으로 뒤진 7회말 상대팀과 충돌했다. 휴스턴 불펜 투수 움베르토 카스텔라노스가 이미 전 타석 사구가 있었던 오클랜드 라몬 로레아노의 몸을 또다시 직격했다. 로레아노는 투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1루로 나갔고, 이를 본 휴스턴 덕아웃에서 야유가 나왔다. 결국 로레아노는 알렉스 신트론 휴스톤 타격코치와 언쟁을 벌이다 휴스톤 덕아웃쪽을 향해 돌진했다. 휴스턴은 휴스턴대로 피해의식이 있고, 상대팀은 상대팀대로 적개심이 있다보니 경기가 격렬해지는 것이다.
휴스턴은 지난달 29일에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6회말 구원 등판한 조 켈리가 사인훔치기 주범들인 선수들에게 잇달아 위협구를 몸쪽에 꽂아넣었다. 카를로스 코레아를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낸 뒤에는 마운드를 내려가며 코레아를 조롱해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특히 다저스는 사인훔치기 의혹이 볼거진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에 패했던 만큼 이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