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웃도는 와중에도 일본 정부가 국내 여행 장려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비난이 일고 있다.
NHK는 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별 신규 확진자가 도쿄 331명, 오키나와 159명을 포함해 1447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9일 처음 1000명을 돌파한 이후 5일 연속 1200∼1500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3일 960명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4일부터 다시 6일 연속 1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일본 47개 광역지역(도도부현) 가운데 확진자가 가장 많은 도쿄도의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사흘 만에 400명대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오키나와현의 확진자가 최다치를 경신하는 등 광역지역에서 확산세가 가팔라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주일 간격의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눈에 띄게 심각해지고 있다. 7월 5∼11일 1970명이었던 확진자 수는 12∼18일 3332명, 19∼25일 4916명, 7월 26일∼8월 1일 8095명으로 뛰었다. 지난 2~8일의 신규 확진자 수는 9546명으로 주당 신규 확진자 수가 4주 사이에 약 4.8배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날 나가사키시에서 열린 피폭 75주년 위령 행사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가능한 한 긴급사태 재선포를 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관광사업자와 여행객들이 감염 방지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위드 코로나(코로나19와 함께하는)’ 시대에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스타일을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여행경비 보조 정책인 ‘고 투(Go To) 트래블’을 계속 밀어부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방적으로 ‘짧은’ 기자회견을 열어 비난받기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약 10분 동안 코로나19 상황 등 현안에 관한 본인 의견을 밝힌 뒤 취재진 질문을 2개만 받고 약 18분 만에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들이 “아직 질문이 있다”며 고함을 쳤지만 아베 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자리를 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발표한 인사말이 지명만 빼고 거의 같은 내용이라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날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 참가한 다나카 시게미쓰 나가사키 원폭피해자협의회장이 “피폭과 핵무기 근절에 대한 무관심이 같은 말을 돌려 쓰는 형태로 표출됐다”면서 “의욕이 없으면 정치를 그만 하라”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