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을 찾았다. 양국이 단교한 1979년 이후 미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가 대만을 방문한 것으로 중국은 “선을 넘지 말라”며 격한 반응을 내놨다.
9일 대만 EBC 방송과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에이자 미 보건장관은 이날 오후 4시48분쯤 대만 북부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미 각료가 대만을 찾은 건 2014년 지나 매카시 환경보호청장 이후 6년 만이다.
에이자 장관은 10일 오전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제임스 모리아티 대표 등을 대동해 차이 총통을 접견한 뒤 오후에는 대만 위생복리부 방문, 국립대만대 강연, 리덩후이 전 총통의 분향소가 마련된 타이베이빈관 조문 등의 일정을 마치고 오는 13일 대만을 떠날 예정이다.
에이자 장관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이 총영사관 맞불 폐쇄, 홍콩 국가보안법,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중국과 숱한 대립을 겪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대만 카드를 활용해 시진핑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의 행보는 대 중국 강경 정책을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180도 바뀌었다. 애초 미국 정부는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이후 대만 정부와의 고위급 교류에 미온적이었고, 대만이 최소한의 방어 태세를 유지할 정도로만 무기도 수출했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과 교류를 강화하고 무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만 F-16V 전투기, M1A2 에이브럼스의 대만형인 M1A2T 전차, 스팅어 미사일 등 100억 달러(약 12조4400억 원)가 넘는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중국은 강하게 반발한다. 지난 6일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을 ‘도발’로 규정하며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은 많은 카드를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군사 카드도 포함돼 있다”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만을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하면서 군사훈련에 참가시킬 가능성을 점친다. 선유중 동해대 정치학과 교수는 “에이자 장관의 방문은 양국 관계가 계속 친밀해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미국이 대만을 환태평양 군사훈련에 옵서버 신분으로 참가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대만 학자들도 대만과 미국 관계가 지속해서 향상되고, 앞으로 미국의 관료가 대만을 방문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