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는 왜 카르마로 ‘아테나의 부정한 성배’와 ‘불타는 향로’가 아닌 ‘미카엘의 도가니’와 ‘구원’을 샀을까.
T1은 9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팀 다이나믹스를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꺾었다. T1은 이날 승리로 11승4패(세트득실 +13)를 기록했다. 순위표에선 한 경기 덜 치른 젠지(10승4패 세트득실 +13)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이날 이상호는 1세트에 유틸리티형 서포터로 꼽히는 카르마를 플레이했다. 카르마는 보호막 효과가 있는 ‘고무/저항(E)’으로 같은 팀 딜러 챔피언들을 보좌하는 데 특화된 챔피언이다. 보호막 스킬과 궁합이 좋은 아테나의 부정한 성배나 불타는 향로 아이템을 갖추는 게 일반적인 아이템 트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상호는 다이나믹스전에서 아테나의 부정한 성배와 불타는 향로를 구매하지 않았다. 대신 1코어 아이템으로 아군에게 걸린 군중제어기(CC기) 효과를 제거하는 ‘미카엘의 도가니’를, 2코어 아이템으로 광역 체력 회복 효과를 가진 ‘구원’을 샀다. 미카엘의 도가니를 빠르게 갖추는 건 요즘 서포터 카르마를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종종 선보이는 아이템 트리다.
이는 상대 서포터인 ‘구거’ 김도엽(럭스)의 스킬 견제를 의식한 아이템 선택이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이상호는 “우리 딜러 라인의 생존기가 부실했다. 소환사 주문도 공격적으로 선택한 상황이었다”면서 “팀원들이 김도엽 선수에게 ‘빛의 속박(Q)’을 맞으면 위험할 거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T1 딜러 라인인 ‘클로저’ 이주현과 ‘테디’ 박진성은 각각 신드라와 이즈리얼을 골랐다. 소환사 주문으로는 점화와 회복을 선택했다. 이중 박진성은 마지막 코어 아이템으로 ‘수은장식띠’ 대신 ‘도미닉 경의 인사’를 샀다. 때문에 두 선수 모두 CC기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했다. 이상호는 팀에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팀원 보좌가 주 임무인 서포터답게 그는 팀원들의 챔피언, 아이템, 소환사 주문에 맞춰 자신의 아이템을 골랐다. 그는 “성배와 향로의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팀원이 속박을 맞아 죽어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미카엘로 팀원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T1의 딜러 라인의 활약 뒤에는 이상호의 보이지 않는 지원이 있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