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밴, 언제든 당할 수 있다 생각했죠”

입력 2020-08-09 19:47 수정 2020-08-09 19:51

“앞으로도 무실세트 연승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T1 신인 미드라이너 ‘클로저’ 이주현이 최근의 좋은 기세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T1은 9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팀 다이나믹스를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꺾었다. T1은 이날 승리로 11승4패(세트득실 +13)를 기록했다. 순위표에선 한 경기 덜 치른 젠지(10승4패 세트득실 +13)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이주현은 “팀이 5연승에 성공해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또 “앞으로도 무실세트로 연승을 이어나가고 싶다. 상위권 팀들 상대로도 계속해서 이기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주현은 최근 출전한 네 경기를 모두 2대 0으로 이겼다. 아직 단 한 번의 세트 패배도 경험하지 않은 셈이다.

T1은 이날 1세트 중반 용 싸움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이주현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세 번째 드래곤 등장 때부터는 전투 시 자리를 잡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드래곤이 등장하기 전에 먼저 자리를 잡고, 상대를 밀어내거나 전투를 열기로 했다. 그게 승리로 이어졌다”고 복기했다.

이주현은 자신의 주력 챔피언으로 꼽히는 조이, 이렐리아, 아칼리, 사일러스를 ‘저격 밴’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그 4개 챔피언을 워낙 잘하는 거로 알려진 만큼 언제든 저격 밴을 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를 예상하고 예전부터 다른 챔피언들을 연습해왔다. 오늘도 경기를 치르는 데 딱히 지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갱킹에 취약한 챔피언 신드라를 플레이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주현은 “신드라가 너프를 당한 이후로는 약간 리스크가 있는 픽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갱킹에 취약한 만큼 상대를 의식하며 플레이했다. 팀원들도 계속해서 이를 환기해줘 부담 없이 게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1세트 막판, 다이나믹스의 넥서스 앞 전투에서 나온 이주현의 ‘덕담’ 서대길(케이틀린) 암살 장면이었다. 이주현은 서대길이 ‘90구경 투망(E)’을 뒤로 쓸 걸 예상하고 그의 뒤쪽으로 ‘어둠 구체(Q)’를 사용, 이를 적중시킨 뒤 궁극기 ‘멈출 수 없는 힘’과 ‘점화’까지 퍼부어 서대길을 잡아냈다.
2020 LCK 서머 정규 시즌 2R T1 대 다이나믹스전 중계 화면

만약 서대길이 뒤쪽으로 90구경 투망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주현의 ‘점멸’만 낭비됐을 터였다. 하지만 패기 넘치는 신인은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주현은 “내가 점멸을 쓸 때부터 상대방의 90구경 투망 사용을 예상했다. 100% 성공할 수 있는 플레이라 생각했다”면서 당시에 확신을 갖고 ‘예측 샷’을 날렸다고 밝혔다.

또 이날 2세트에 조이를 플레이하면서 ‘봉인 풀린 주문서’ 룬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서는 “우리 바텀 듀오가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는 구도였다. ‘순간이동’으로 바텀 듀오의 뒤를 봐주려고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쿠잔’ 이성혁 선수가 고른 카르마는 라인전에서 ‘반반 구도’를 만들 수 있는 챔피언이다. 다른 룬을 들어도 이성혁 선수를 강하게 압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