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명문 시카고 불스의 재건을 더디게 하고 있다. 최근 아르투라스 카르니소바 신임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알렸으나 코로나19와 더불어 재개 시즌에 참여 못한 여파 등으로 재정 위기가 왔다. 이대로는 감독 교체마저 가능성이 낮다.
현지 일간 시카고선타임즈는 지난 6일(현지시간) 짐 보일런 현 감독이 지난 시즌 극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팀에 닥친 재정 위기 탓에 유임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구단 관계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일런 감독 외 다른 코치진도 마찬가지로 남을 태세다. 최근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의 흥행으로 팀을 향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지만 정작 팀 재건은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카르니소바 부사장은 앞서 지난 4월 취임한 직후 ‘선수가 최우선(players first)’이라는 구호에 따라 팀의 핵심 선수들과 면담한 결과, 보일런 감독을 포함한 복수 코치진을 향해 부정적인 평가를 접수했다. 카르니소바 부사장은 지난 5월 자신이 데려온 마크 에버슬리 단장과 함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이메 우도카 코치, 토론토 랩터스의 애드리안 그리핀 코치 등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그러나 팀에 닥친 재정위기 탓에 이런 시도는 현재 다 결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제리 라인도르프 구단주는 지난달 15일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불스뿐 아니라 자신이 함께 소유한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에서 발생한 손해가 수십억 달러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두 구단과 경기장 운영에는 다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야구에서 발생한 손해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보일런 감독에게 불스는 NBA에서 감독을 맡은 첫 팀이다. 이전까지 유타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샌안토니오 스퍼스 코치를 거쳐 불스에서 4년간 코치를 하다 프레드 호이버그 감독을 이어 감독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그가 불스에서 기록한 통산 승률은 0.317로 매우 저조하다. 라인도르프 구단주가 그에게 지급하는 1년 임금은 160만 달러(약 19억원)로 NBA 최저 수준이다. 최고 연봉자인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1100만 달러를 받는다.
시카고선타임스는 관계자를 인용해 보일런 감독이 다음 시즌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에 차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팀 에이스이자 주득점원 잭 라빈을 비롯, 슈터 라우리 마카넨과 유망주 빅맨 웬델 카터 주니어 등에게 벌써 뉴욕 닉스와 브루클린 네츠 등 다른 구단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상태다. 이들 상당수는 보일런 감독과 코치진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BA 덩크 콘테스트 연속 우승 경력이 있는 라빈의 경우 득점력에서 더 발전했지만 혼자서 팀을 떠받치기에는 버거운 기색이 역력하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기에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기대주인 그는 이적을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 마카넨과 카터 주니어 역시 원하는 포지션이나 역할을 맡지 못해 불만이 누적되어 있다. 다수 선수로부터 이적 요청이 제기된다면 기대를 모았던 팀의 재건 대신 혼란만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지지부진한 불스의 상황은 역시 팀 재건 작업에 한창인 닉스가 최근 팀 티보도 감독을 선임한 것과도 비교되고 있다. 티보도 감독은 2010-2011시즌 불스에서 팀을 동부 콘퍼런스 결승까지 이끌었을 뿐 아니라 팀을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등 능력을 입증했다. NBA 감독으로서 통산 승률은 0.643에 이른다. 티보도 감독의 지도를 받은 바 있는 라빈도 최근 인터뷰에서 그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한 바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