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합의안 청와대에서 수정 지시” 출판계 공동대책위원회 구성

입력 2020-08-09 18:05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29개 단체가 지난 7일 오후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오는 11월 도서정가제 개정을 앞두고 출판계와 정부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민관협의체를 통해 논의에 참여한 출판계는 정부가 “민관협의체의 합의 내용을 무시하고 있다”며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출판사, 서점, 작가 등을 대표하는 29개 단체는 지난 7일 오후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회의 참여 단체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를 비롯해 1인출판협동조합,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서점인협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전자출판협동조합 등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이어져온 16차례의 민관협의 내용을 무시하고 합의안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민관협의체에서 책값을 다시 정하는 재정가(再定價) 시기를 앞당기는 것 등 모두 4개의 합의안을 도출해 성명서 채택안을 만들기로 했으나 정부가 미뤘다는 것이다. 박성경 출판인회의 유통정책위원장은 “예정대로였다면 6월 18일 서명해 합의안을 진행했어야 한다”며 “이를 문체부가 7월 2일로 연기하고, 이후 또 소비자의 권익을 이유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또 “민관협의체 재소집 및 진행의 의사가 없으며 일부 단체만을 모아 논의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가 합의안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청와대 지시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송성호 대한출판문화협회 유통담당 상무이사는 “문체부 입장은 협의체가 협의한 대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청와대에서 수정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합의안을 무력화하려 한 또다른 배경으로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커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옥균 1인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추정하건대 웹툰과 웹소설 분야에서 시장이 폭증하다 보니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장이 몇 천억으로 커지고 있다”며 “(카카오와 네이버가) 기존 부가세를 내던 형태에서 도서정가제의 형태로 면세를 받으면서 동시에 가격 제한은 받지 않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김학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민관협의체 협의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선언, 협의안을 뒤흔든 것에 대한 강력한 유감 표현, 공동대책위원회 수립과 그 명의로 된 성명서 발표를 제안했다. 김환철 한국웹소설협회장은 “문체부를 상대할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 공식 질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10% 가격 할인 및 5% 이내 포인트·마일리지 지급 등을 규정한 개정 도서정가제는 2014년 11월 시행된 이후 2017년 한 차례 연장됐다. 3년 주기로 개선방향을 검토해야 해 오는 11월 개정 시한을 앞두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 서점,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도입 이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에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기도 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