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내식 수요가 늘면서 밀키트(Meal Kit·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는 제품) 시장이 대폭 성장했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캠핑이 올 휴가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최근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멀리 나가지 않고도 간편하게 ‘집밥’을 즐길 수 있는 밀키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를 200억원대로 추산하면서 2024년엔 35배 커진 7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 지난 1월 전망했다. 업계는 밀키트의 이 같은 성장세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9일 SSG닷컴에 따르면 올 1~7월까지 밀키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0% 증가하며 HMR(가정간편식) 상품군 중 가장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이마트에서도 7월 1일~8월 6일간 밀키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7% 증가했다.
자취를 하며 주로 밀키트를 소비하는 세대로 알려진 2030세대 외에도 밀키트는 4050세대에게서도 인기가 커지고 있었다. 이마트의 올 1~6월 피코크 밀키트 매출 신장율을 살펴보면 50대가 전년 대비 33.8%, 40대가 26.5% 늘어 신장률 1, 2위를 차지했다. 간편한 집밥에 대한 니즈가 젊은층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으로 번지고 있음이 확인된 모습이다.
이처럼 밀키트를 이용해 간편하지만 고품질의 집밥을 해먹는 소비자들이 늘자 업계도 밀키트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추세다. 인기 맛집의 메뉴나 재료가 많이 들고 과정이 복잡해 집에서 해먹기 어려운 요리를 밀키트로 출시하는 게 대표적이다. SSG닷컴은 일식 도시락 전문점 ‘요이벤’, 베트남 음식 전문점 ‘하노이의 아침’, 미국 남부 가정식 전문점 ‘샤이바나’ 등 다양한 외식 업체의 밀키트를 새벽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마트는 재료 가짓수가 많고, 손질이 어려운 재료가 필요한 밀푀유나베나 알탕, 감바스 알 아히요 등이 밀키트 매출 상단에 올랐다고 밝혔다.
아울러 SNS상 ‘모디슈머’(다양한 제품을 조합해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레시피가 밀키트 제품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프레시지는 SNS에서 화제가 됐던 레시피인 ‘우삼겹 치즈 쫄면’을 지난달 밀키트로 출시했고, 앞서 한 걸그룹의 먹방으로 유명해진 대한곱창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대한곱창 곱창전골’ 밀키트도 출시했다.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밀키트의 인기를 반영하듯 이마트는 밀키트 제품만 한데 모은 ‘밀키트존’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새롭게 매장을 연 이마트 신촌점에도 ‘피코크 밀키트존’이 마련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20·30대 인구 비중이 40%로 높고 1~2인 가구가 많은 신촌 지역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지속된 내식으로 외식 수요가 가정으로 전환되고, 외식에서 주로 즐기던 메뉴의 HMR 상품 출시 및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속된 가공식품 소비로 신선한 야채가 들어간 밀키트 같이 건강을 고려한 식단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보다 먼저 코로나를 겪은 중국에서 코로나 진정 이후에 밀키트가 지속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