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창궐해 전 세계를 ‘스테이 홈(stay home)’과 자가 격리로 몰아넣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이어 장맛비마저 47일째 쏟아지면서 시민들의 ‘감옥 생활’이 장기화되고 있다. 1년 계획 중 최우선순위인 여름 휴가를 포기한 ‘휴포족’이 늘어난 것은 물론 동네 마실마저도 포기해야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 등은 서울43곳의 하천 중 중홍제천, 불광천, 안양천, 중랑천 등 27곳의 하천 출입을 9일 전면통제했다. 지난 7일 일부 하천의 통제를 해제하고 산책로 등을 개방했지만 주말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이틀만에 다시 통제에 나선 것이다. 서울 시민의 나들이 장소였던 11개 한강공원도 지난 6일부터 전면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텐트와 먹거리가 즐비하던 한강공원에는 현재 공원 보수를 위한 중장비들만 드나들고 있다.
올 장마는 지난 6월24일 중부지방에서 시작된 이후 47일째 이어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38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됐다(잠정집계). 여기에 5호 태풍 ‘장미’도 북상할 예정이어서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2011년 마찬가지로 집중 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78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 수다. 역대 최장 장마는 중부지방 기준 2013년 49일인데 이 역시 경신이 유력하다. 코로나19에 이어 두달에 육박하는 긴 장마로 인해 꼼짝없이 집콕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온라인 수업과 방학으로 인해 주부들의 육아 스트레스마저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해 예약했던 미국 하와이 휴가를 최근 취소한 직장인 이모(38)씨는 “휴가는 커녕 동네 산책도 못하는 생활에 매일 지쳐간다”면서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