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판박이 ‘참모 집단사표’…결론도 ‘선별수리’로 같을까

입력 2020-08-09 16:42 수정 2020-08-09 18:51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총 6명의 집단 사의 표명은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김우식 비서실장 등 당시 청와대 참모들의 집단 사의 표명과 판박이다. 참여정부 기시감(데자뷔)을 주는 이번 집단 사의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처럼 일부 책임이 큰 참모들의 사표만 ‘선별 수리’하는 것으로 결론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현재 여권에서는 후임 하마평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9일 공개 일정이 없었다. 호우 피해에 대한 보고를 받는 동시에 사의 수락 여부와 시기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이슈뿐 아니라 총선 이후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 측면, 대통령 부담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본다”며 “참모들의 사표만 먼저 빠르게 수리할 수도 있고, 후임이 준비되면 같이 발표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사의 수리 여부에 대해 “대통령외에 누가 알 수 있겠나”라면서도 “길게 이어질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후 예정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전이나 회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 등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한꺼번에 모두 교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후임 인선과 업무 인수인계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집단 사의도 참여정부 당시 전례를 고스란히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이기준 부총리가 각종 의혹으로 사흘 만에 낙마한 뒤 김우식 당시 비서실장 등이 일괄 사표를 내자 이 중 정찬용 인사수석과 박정규 민정수석의 사표만 처리했다. 문 대통령도 당시 시민사회수석으로 함께 사의를 표명했지만 반려됐었다.

일단 여권에서는 부동산 민심에 불을 지른 김조원 민정수석은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하겠지만 지금은 여론이 너무 안 좋다”며 “문 대통령이 문책성 인사를 잘 안 하려고 하지만 김조원 수석을 그냥 두기엔 여당도 너무 부담스럽다”고 했다. 김 수석 후임으로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도 후보군으로 거명된다.

2022년 광주시장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강기정 정무수석과 지난해 1월 이후 1년 6개월 넘게 근무 중인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 수석 후임으로는 박수현 전 의원과 최재성 전 의원이, 윤 수석 후임으로는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거론된다. 다만 이 전 위원장은 국민일보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서 “당분간 아무것도 안 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여론의 향배를 좌우할 뇌관은 노영민 비서실장 교체 여부다. 다주택 참모 주택 매각을 강력 권고한 당사자인 만큼 사태에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다는 목소리가 크다. 후임으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우윤근 전 의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유 부총리는 교육 현안이 많은 데다, 비서실장으로 발탁할 경우 개각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옮기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당초 여권에서 차기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명됐던 김 장관도 부동산 문제로 야당과 여론의 표적이 된 만큼, 발탁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후임자 인선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노 실장이 한시적으로 자리를 지키며 후속 참모 인사를 마무리한 뒤 명예로운 퇴진 모양새를 갖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임성수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