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제시한 인수·합병(M&A) 계약 이행 기한을 이틀 앞둔 9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대면협상 제의를 수락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거부하고 있는 재실사를 받을 것을 전제를 제시했다. 무산 수순을 밟고 있던 항공업계 빅딜이 새 국면을 맞을지 업계는 주목한다.
HDC현산은 이날 입장문은 내고 “지금부터라도 인수인과 매도인이 서로 만나서 지금의 인수 상황을 협의하자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양사 대표이사가 만날 것을 제안했다. 협상 일정과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은 금호산업의 제안을 최대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효율적이고 투명한 협의를 통해 인수거래를 종결하고자 하는 HDC현산의 의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재실사가 전제가 돼야한다고 못 박았다. HDC현산은 “금호산업은 HDC현산이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매도인의 선행조건이 여전히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수 종결을 위해선 인수상황의 재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이 ‘대면 협의에 응하지 않는 등 인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HDC현산의 재실사 요청을 거부한 데 따른 대응이다. 앞서 지난달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은 HDC현산에 인수를 촉구하며 ‘8월 12일 이후엔 계약 해제 및 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에 HDC현산은 “지난해 인수 계약을 맺은 이후 갑작스레 아시아나항공의 손실이 크게 증가했다”며 재무 상태를 재실사하고 가격 등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검토하자고 제안했었다.
업계 안팎에선 HDC현산이 인수 의지에 대한 진정성 논란을 일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은 HDC현산의 재실사 제안을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 쌓기’로 보고 계약 무산 시의 책임을 HDC현산에 물으려 한다”며 “HDC현산은 대면 협상 카드를 통해 인수 의지가 실제로 있다고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HDC현산의 이번 제안이 M&A 성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아시아나항공이 이번 제안을 받아들여 양사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은 크다. 제안 거부 시 아시아나항공에 계약 무산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양사가 만난 후 협상이 틀어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허 교수는 “협상 자리에서 채권단이 HDC현산의 진정성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라며 “재실사가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계약 해제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