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사장급 인사를 둘러싸고 검찰 안팎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표를 제출한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그릇된 용인술”이라며 추 장관을 정면 비판했다. 이달 중순쯤 진행될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친정부 성향 검찰 인사들이 요직에 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검찰청 조직도 축소될 것으로 보여 내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지검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에 “‘친정권 인사들’ 혹은 ‘추미애의 검사들’이라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7일 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나자 사직서를 냈다.
문 지검장은 전국시대 조나라가 장평전투에서 진나라에 대패한 것을 거론하며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또 “검사라고 다 같은 검사가 아니다. 각자의 역량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검·언 유착’ 수사를 두고 “참과 거짓을 밝힐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검사직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는 “사법참사”라고 했다.
문 지검장의 발언은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지휘한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의 검사장 승진 및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은 지난 2월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 지시를 거부한 이 지검장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었다.
반면 추 장관은 “검찰에서 ‘누구 사단’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며 인사 정당성을 강조했다. 과거 우병우 사단을 비롯해 현재 검찰 특수통 검사들이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것을 비판하는 취지다. 추 장관은 “묵묵히 전문성을 닦고 신망을 쌓은 분들이 발탁됐다”며 “형사·공판부 검사 중용으로 조직 균형을 맞추고, 출신지역을 골고루 안배한다는 원칙으로 인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그간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던 형사·공판부 검사 중용에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사실상 ‘이성윤 사단’이라는 새로운 ‘줄 맞추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내 ‘빅4’ 요직에 친정부 성향, 호남 출신 인사들이 배치돼 ‘오히려 편향성이 강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정권의 입맛에 맞게 수사 해야 중용 받는다는 것을 각인시킨 인사”라며 “수사 실력이 뛰어나 특수통으로 꼽혀왔던 검사들을 무조건 배제한다면 조직이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심은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쏠린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1차장과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3차장이 공석이다. 1차장과 3차장이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수사팀을 둘러싼 인사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법무부는 또 대검에 수사정보정책관 등 차장검사급 직위를 대폭 줄이는 내용의 직제개편안도 검토 중이다. 대검의 수사 지휘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취지다.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직책들이 없어지면 윤 총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