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가 전북을 덮쳤다. 토사가 주택을 덮쳐 주민 2명이 숨졌다. 강 둑이 무너지며 마을 여러 곳이 물에 잠겼다. 이재민들은 마을회관과 초등학교 강당 등 임시 쉼터로 피신했다. 도로와 다리 여러 곳이 파손되고 애써 키운 농작물과 가축이 막대한 침수 피해를 봤다. 전북에는 지난 사흘 동안 순창 544㎜, 남원 432.6㎜ 등 대부분 지역에 3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다.
전북도는 지난 사흘 동안 내린 폭우로 9일 오전 11시 기준 도내 모두 983건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도내에서 산사태로 2명이 사망하고 하천 범람으로 1702명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 시설은 도로와 교량 등 공공시설 267건, 주택과 농경지 등 사유시설 716건으로 집계됐다.
산사태에 주민 사망·대피… 84건 산사태·15.14㏊ 임야 훼손
특히 8일 오후 4시42분쯤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1채가 토사에 파묻혔다. 소방당국이 6시간 넘는 수색을 벌인 끝에 숨진 50대 부부를 사고 지점에서 발견했다.
이들 부부는 은퇴 이후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이 주택에서 산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부부 사이가 좋고 마을 사람과도 잘 어울렸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전 4시쯤 남원시 산동면 대상리에서도 산비탈 토사가 무너졌다. 주민 20여명이 인근 면사무소로 대피해야 했다. 뿌리째 뽑힌 큰 나무와 바위 토사 등이 마을 주변을 덮쳤다.
전북도는 남원과 완주 무주 임실 등에서 모두 84건 산사태가 발생해 15.14㏊의 임야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제방 무너져… 주택 473동 침수·이재민 1702명
제방이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다. 전날 낮 12시50분쯤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붕괴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붕괴 범위를 50∼100m로 추산했다.
금지면 4개 마을 주민 300여명이 면사무소 옆 문화센터로 긴급 대피했다. 마을에 남은 주민 수십 명도 소방당국과 지자체 도움으로 구조됐다. 주변 주택과 농경지, 축사 등은 붕괴한 제방에서 쏟아진 물과 집중호우로 모두 물에 잠겼다. 사흘 동안 쏟아진 폭우로 남원과 순창 임실 진안 장수 등에서 주택 473동이 침수해 이재민 1702명이 발생했다.
수확 앞둔 농작물·가축도 물에 잠겨… 축구장 1만798개 합친 7883.7㏊ 침수
농작물 피해도 극심했다. 이번 비로 14개 시군 농경지 7883.7㏊가 물에 잠겼다. 축구장(0.73㏊) 1만798개를 합친 면적이다. 벼는 6669.5㏊가 침수됐고 밭작물은 1214.2㏊가 침수됐다.
지자체별로는 김제 3756.9㏊, 고창 872.5㏊, 부안 844.8㏊, 정읍 615.9㏊, 순창 505㏊, 진안 269㏊ 등이다.
가축도 피해를 입었다. 남원과 순창에서 소와 돼지 닭 오리 농장 49곳이 물에 잠기거나 부서졌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고창에서는 뱀장어 치어 11만4250마리가 폐사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