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을 놓고 지역 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찬반 대립이 커지자 사업 주체인 국토부가 제주도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는데 정작 제주도와 도의회는 도민 의견 도출 방식에 이견을 내며 국면 전환의 기회를 잡지 못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도의회 특위)는 최근 제10차 회의를 열어 향후 추진 일정을 확정했다. 이달 중 ‘도민의견 수렴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9월 중 추진해 결론을 내자는 것이다.
이는 올 초 도의회 특위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2공항 갈등 해소 노력에 합의하면서 첫 공동 일정으로 쟁점 해소 토론회 개최를 결정했지만 최근 총 4차에 걸친 쟁점 토론회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데 따른 행보였다.
도의회가 제시한 방안에 제주도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
도의회 제2공항 특위가 진행하려는 의견수렴 계획이 사실상 찬반을 묻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도는 제2공항 건설이 제주지역 공항 기반 확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의 향후 의견수렴은 건설 찬반이 아닌 ‘도민과 상생 방안’을 찾는 쪽으로 기운다. 도는 향후 2개월간 주민 간담회와 설명회를 열어 도민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이뤄진 쟁점 토론회에서 국토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제주도민 의견을 모아온다면 제2공항 건설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제주도는 상생 방안 찾기로, 제주도의회는 찬반을 포함한 보다 열려있는 조사를 주장하면서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접점을 찾지 못 하고 있다.
이대로 두 기관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수렴 행보에 나선다면 이후 이들이 도민 의견이라며 내놓은 결과물에 또 다른 이의 제기와 반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도의회 특위는 제주도와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원희룡 제주지사에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원 지사가 제2공항 건설에 확고한 의지를 표명해온 만큼 면담이 성사되더라도 새로운 입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도 제주 제2공항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제주가 과잉 관광으로 포화상태인 데다 정부 용역 결과 제주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바탕으로 원 지사가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녹색당도 논평을 내고 “국토부가 국책사업에 대한 지역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지자체의 역할을 주문했는데 제주도는 제2공항 추진을 전제로 주민설명회를 열겠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한편 국토부는 2025년까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4조8700억원을 들여 여의도의 2배에 달하는 545만㎡ 규모의 제2공항 건설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은 당초 2018년 착공해 2025년 개항 예정이었으나 연구용역 수주업체 계약 포기, 안개 일수 등 통계 오류에 따른 입지 타당성 논란, 군 공항시설 이용 가능성 제기,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부실 논란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됐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환경 파괴 가속화와 개발 과부하 우려 속에 찬반 논란이 극대화되면서 지난달 도·제주도의회·사단법인 한국갈등학회가 쟁점 해소 공개토론회를 개최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 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