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호 전복 사고 ‘수초섬 고정 작업’…누가 지시했나

입력 2020-08-09 12:50
지난 6일 오전 의암호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사고의 원인이 된 인공 수초섬. 사진은 사고 전 의암호의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의 모습. 춘천시 제공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의 발단이 된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 지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춘천시가 작업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는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로 실종된 기간제 근로자의 가족은 9일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하루도 쉼 없이 일했고, 선박 전복 사고 당일에도 분명히 누군가 수초섬 고정작업 지원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실종된 권모(57)씨의 가족에 따르면 권씨는 7월 초 업무를 시작한 이후 주말을 제외한 날마다 의암호 일대 부유물을 수거하는 일을 했다. 집중호우가 시작된 지난달 31일 이후에도 권씨는 쉬는 날이 없었다고 가족들은 설명했다.

권씨의 여동생은 “시는 악천후 속에서도 부유물을 제거하라고 월·화·수 내리 일을 시키고, 사고 당일에도 수초섬이 떠내려가니 그 작업을 지원하라고 시켰던 것”이라며 “적어도 사고 전날 수초섬 고정 지원 작업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에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작업관리일지를 요청했으나 춘천시 관계자는 정보공개청구가 원칙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그래도 궁금하다면 열람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설명했다.

8일 소방구조대원들이 강원도 춘천시 서면 북한강 일원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권씨 가족은 “민간 업체 직원은 화요일(사고 2일 전)부터 미리 와서 상주하며 수초섬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며 “업체 직원에게도, 실종된 시청 주무관에게도,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작업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실종된 춘천시청 이모(32) 주무관의 가족은 지난 8일 경강교 인근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주무관이 사고 당일 차 안에서 수초섬 관리 민간 업체 관계자로 추정되는 누군가와 ‘네, 지금 사람이 다칠 것 같다고 오전은 나가지 말자고 하시거든요’라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 가족은 “‘오전은 나가지 말자고 하시거든요’라는 말 자체가 누군가로부터 얘기를 듣고 전달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무관은 사고 전날인 5일에도 수초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내와 함께 잠시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시 자체적으로 어떤 법적 위반사항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엄중하게 묻거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공개한 ‘의암댐 수초선 사고 대책 추진 경과’ 내용을 보면 사고 당일 이씨의 담당 팀장은 오전 10시45분쯤 “수초섬이 떠내려간다”고 보고 받았다. 이에 팀장은 “출동 말고, 떠내려가게 내버려 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씨는 오전 10시58분쯤 팀장에게 전화해 “출동해서 수초섬을 송암동에서 밀고 있다가 주위 보트 지원받았다”고 보고 했다. 30여분 뒤인 오전 11시23분쯤에는 “의암호 스카이워크에서 작업하겠다”고 했다.

시의 설명대로라면 이씨가 “출동하지 말고 떠내려 보내라”는 팀장 명령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했다는 얘기다.
8일 소방구조대원들이 강원도 춘천시 서면 북한강 일원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그러나 가족들은 실종된 이씨가 특별휴가 중 출근해 팀장의 명령을 무시한 채 작업을 한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018년 9월 임용된 이씨는 팀원 가운데 막내로, 지난 6월 아들이 태어나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특별휴가 중이었다.

앞서 지난 6일 오전 11시34분쯤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7명이 실종돼 이날 현재까지 1명이 구조되고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3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전날 발견된 경찰정에서 블랙박스를 확보해 사고 당시 상황을 조사하는 한편 고정작업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