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발목 잡는 ‘코로나의 늪’… 취소만 12경기째

입력 2020-08-09 08:00 수정 2020-08-09 08:00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투수 김광현이 지난달 25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가진 2020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전 홈경기 9회초에 모자를 벗고 땀을 닦고 있다. AP뉴시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깊은 늪에 빠졌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기된 개막까지 4개월을 대기해 불펜으로 출발했고, 어렵게 돌입한 정규리그에서 선발진으로 합류했지만 팀 내 집단 감염 양상으로 등판 일정에 변수만 늘어나고 있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전적은 여전히 개막전 구원 등판 1이닝에서 작성한 1세이브가 전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시작돼 사흘간 시카고 컵스와 대결로 편성한 세인트루이스의 홈경기 3연전을 취소했다. 세인트루이스 선수 2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내면서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확진 선수 2명을 투수 라이언 헬슬리와 외야수 오스틴 딘으로 지목했다. 세인트루이스 선수단 전원은 코로나19 추가 검사를 받는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1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위스콘신주 밀러파크에서 펼칠 예정이던 원정경기부터 단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팀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집단 감염 양산으로 번진 탓이다. 세인트루이스 구단 안에서 이날까지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선수 9명을 포함해 16명이다.

세인트루이스의 올 시즌 전적은 2승 3패로 멈춰 서 있다. 15경기 가까이를 소화한 팀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세인트루이스의 정규리그 진행률은 현저하게 느리다. 오는 10일 컵스와 홈경기까지 무려 12경기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취소됐다.

메이저리그는 당초 지난 3월 27일로 지정했던 개막일을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지난달 24일로 연기했다. 이로 인해 올 시즌 팀당 편성된 경기 수는 기존 162회에서 60회로 크게 축소됐다. 세인트루이스는 ‘미니 시즌’마저도 완주를 기약할 수 없다. 이미 정규리그 전체 일정의 20%를 코로나19로 소화하지 못했다.

팀 내 확산세를 감안하면 세인트루이스는 앞으로 더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컵스와 3연전 직후인 오는 11일부터 부시스타디움으로 편성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홈 3연전도 기약할 수 없다. 그중 12일 경기는 김광현의 선발 데뷔전이 예정돼 있다. 이 경기가 취소되면 김광현의 선발 등판은 추가로 미뤄지게 된다.

디애슬레틱의 마크 색슨 기자는 9일 SNS에 “세인트루이스가 최소 3~5일간 경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날 선수들에게 전달했다”며 “피츠버그 3연전이 모두 취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광현은 지난해 12월 세인트루이스로 입단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지만 ‘코로나 태풍’에 휘말려 4개월의 공백기를 거치고, 제5선발을 경쟁했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게 기회가 먼저 돌아가면서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출발하는 굴곡을 겪었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실트 감독은 지난 6일 미국 언론들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마무리투수를 맡겼던 김광현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를 알렸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선발 로테이션은 잭 플래허티, 애덤 웨인라이트, 다코타 허드슨, 김광현, 대니얼 폰스 데이리온 순으로 구성돼 있다.

김광현의 올 시즌 출전 경기는 지난달 25일 부시스타디움에서 피츠버그를 5대 4로 이긴 개막전이 유일하다. 5-2로 앞선 9회초에 마무리 등판해 1이닝 동안 2피안타 2실점(1자책점)하고 부진했지만, 1점차 승리를 지켜 세이브를 쌓았다. 김광현은 그 이후로 세인트루이스의 부진과 팀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