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대책 ‘삐걱’…부동산 수요·공급 대책 반대 시위 열려

입력 2020-08-07 14:46
정부와 서울시가 4일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에서 신규택지로 발표된 노원구 태릉골프장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에만 13만2000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던 ‘8·4공급대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계획안 중 공급 효과가 가장 큰 공공재건축과 태릉 골프장 개발 등이 각각 재건축 조합원과 지역 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수요 규제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공급대책을 더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리라 기대했던 정부는 이번 주말 대규모 수요·공급 대책 반대 집회에 직면할 처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태릉CC 인근 주민들은 9일 노원구 롯데백화점 정문 앞에서 정부대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가 태릉CC를 8·4공급대책 신규택지 개발 지역으로 선정하고 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것에 항의하는 집회다. 집회 참가자들은 환경부 환경평가 1·2등급 지역 그린벨트인 태릉CC를 보존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속내는 더 복잡하다. 노원구는 물론 경기도 구리·갈매·별내 주민들이 인근에 공공임대주택 1만 가구가 들어섰을 때 집값, 교통환경 등의 유불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원구 주민 A씨는 “집값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모르니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며 “하지만 정부가 교통보완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을 보니 지역 주민들 생각은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공임대 주택을 대상으로 근거 없는 ‘님비’ 현상이 벌어진다는 지적도 꾸준히 논란거리다. 그린벨트의 택지개발 자체보다 임대주택이 집값을 떨어뜨리고 지역을 슬럼화시킨다는 판단 때문에 공급대책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서울 내 지역차별을 언급하고 나섰다. 무허가 비닐하우스가 방치된 강남구 일대의 미관리 그린벨트, 이른바 ‘그레이벨트’는 그대로 둔 채 태릉CC를 택지 개발하는 것은 강북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공급량 자체에만 집착한 나머지 공공임대주택의 질적인 개선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공공임대주택의 청사진을 들고 주민들을 설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임대주택을 둘러싼 논의를 보면 기존의 일반적인 분양주택과 다르지 않게 지을 것 같다”며 “주민들은 그런 주택을 본 경험이 없어서 반대하는 것이 당연한데 정부가 주민들에게 조감도나 사업계획 통해서 잘 홍보하고 설득하는 과정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서둘러 발표한 공급대책에 반발하는 지역은 또 있다. 과천 시민광장 사수 대책위원회는 8일 과천 중앙공원 분수대 앞에서 ‘청사유휴부지 주택건설 반대 총궐기대회’를 연다. 대책위는 “과천시민은 일방적이고 소통 없는 최악의 청사개발방안에 따를 수 없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원이 난개발로 버려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급대책 발표 직후 공공 재건축을 둘러싼 부처와 지자체 이견으로 곤욕을 치렀던 정부가 지역의 반발에도 부닥치는 모양새다. 6·17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매주 집회를 열고 있는 6·17규제소급적용피해자구제를위한모임 등은 8일 여의도공원에서 조세저항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의 반복적인 부동산대책에도 수요규제 대책과 공급대책에 대한 반대가 사그라지질 않는 상황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