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두 번째 단행한 검찰 정기인사에서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척점에 섰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되고 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진이 대거 교체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 힘빼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법무부는 대검검사급 검사 26명에 대한 인사를 11일자로 냈다. 대검 부장 8명 가운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형사부장, 공공수사부장, 공판송무부장, 과학수사부장 등 5명이 바뀌었다. 모두 지난 1월 인사 이후 7개월 만의 이동이다.
대검 부장들을 6개월 만에 대거 교체하는 일은 드물다는 게 검찰 내부자이 말이다. 대검 참모진 교체는 결국 윤 총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대검찰청을 약화시키려는 최근 기조와 맞춘 인사 아니겠나. 옳은 방향인지는 모르겠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이어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이자 2004년엔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근무를 하며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인연을 쌓은, 검찰 내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다. 그는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윤 총장과 마찰을 빚었고, 이에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 있다.
대검의 차장검사, 반부패·강력부장, 공공수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조남관·신성식·이정현 검사장이 모두 호남 출신 친정부 성향의 인사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추 장관 참모로 일한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해 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차장검사로 부임한다. 조 국장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특별감찰반장을 역임했다. 이 지검장을 보좌한 이정현 중앙지검 1차장은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엔 신성식 중앙지검 3차장, 형사부장엔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 등이 임명됐다.
최근 법무부와 대검 간 불편한 관계가 지속한 점에 비춰 이번 인사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중간간부급 한 검사는 “최근 법무부와 대검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