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검·경 수사권조정과 관련된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경찰이 검찰의 수사 권한을 축소하기로 한 본래의 검·경 수사권조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독소조항’이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법무부는 7일 수사권 개혁을 위한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대통령령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제정안에는 검·경의 협력관계와 수사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 등이 규정됐고 검사의 수사개시 가능 범위도 구체적으로 한정됐다.
형소법 대통령령엔 검·경의 협력관계에 관한 규정이 담겼다. 수사기관 협력을 위해 대검과 경찰청, 해양경찰청 간 정기적인 수사기관협의회를 두고 중요한 수사절차에 있어 의견이 다를 경우 사전 협의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심야조사 제한·장기간 조사 제한·변호인 조력권 보장·별건수사 금지 등 수사 과정에서 인권과 적법절차 보장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 등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6대 중요범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내용은 검찰청법 대통령령에 포함됐다. 부패 범죄는 4급 이상 공직자·뇌물액수 3000만원 이상,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는 5억원 이상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수사 할 수 있다. 법무부는 “2019년 사건 기준 검사 직접수사 사건은 5만여건에서 8000여건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검 관계자는 “형사사법 집행기관의 책임을 강화하고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반영돼 있는지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검찰은 국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 국가적 범죄대응 역량에 빈틈이 없도록 향후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청은 이날 발표된 입법예고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초 개정된 법안에서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6대 중요범죄로 제한했지만, 이번 입법예고안에선 제한된 수사 범위를 검찰이 스스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들이 포함돼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 권한을 축소한다는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경찰청은 특히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으면 범위에 제한없이 수사를 가능하게 한 조항이 검찰청법 대통령령에 포함된 것을 두고 “검찰에 만능열쇠를 쥐어줬다”고 지적했다. 범죄 혐의가 6대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검찰청 이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송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은 사건’은 예외로 정해두고 있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은 증거확보를 위한 단순한 혐의가 요건으로 구체적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제보자 진술이나 자료 등 만으로 발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무제한 확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6대 중요범죄에 마약 및 사이버범죄가 들어간 것도 ‘끼워넣기식 입법’이라 문제 삼았다. 입법예고된 검찰청법 대통령령에 따르면 마약 수출입 범죄와 사이버 범죄는 각각 경제범죄와 대형참사범죄에 포함됐다. 마약범죄는 경제범죄가 아닌 보건범죄에 해당하고 사이버범죄는 대형참사와는 무관한 범죄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률의 위임한계를 벗어나 6개 범죄유형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마약·사이버범죄를 끼워넣기식으로 추가해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의 범위를 부당하게 확대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해석 및 개정을 법무부 단독소관으로 규정하고 있는 형소법 대통령령과 관련해선 검·경의 상호협력이라는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공동주관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단독 주관할 경우 각 조항의 유권해석이나 향후 개정 등을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할 우려가 있고 검·경 간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입법예고 기간 중 개정법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은 국가 수사 주무기관으로 입법예고 기간 중 현장 경찰관과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혁 취지에 따른 입법적 결단이 제정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