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나와” KBS 곡괭이 난동 40대 구속됐다

입력 2020-08-07 11:08
KBS 라디오 스튜디오의 유리창이 크게 훼손된 모습. KBS공영노동조합 제공

생방송 중인 KBS 라디오 스튜디오의 외벽 유리창을 곡괭이로 깨뜨리고 난동을 피운 혐의(특수재물손괴·업무방해)로 40대 남성이 6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이 청구한 A씨(47)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3시42분쯤 여의도 KBS 본관 앞 공개 라디오홀 스튜디오 외벽 유리창을 곡괭이로 깨며 KBS쿨FM(89.1㎒) ‘황정민의 뮤직쇼’ 생방송을 방해하고 난동을 부리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목격자들은 A씨가 현장에서 “황정민 나와”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KBS 직원들에게 제압됐으며, 소지한 가방에 가스총과 작은 곡괭이 2개를 더 소지하고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가 25년째 도청당하고 있는데 다들 말을 들어주지 않아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황정민 아나운서와 KBS 사옥

이날 ‘황정민의 뮤직쇼’는 ‘보이는 라디오’로 실시간 중계됐고, A씨가 곡괭이로 유리창을 부수는 소리가 약 10초 라디오 방송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전해졌다. 당시 황정민 아나운서는 급히 자리를 피했고, 함께 있던 게스트 김형규 씨가 마무리 코멘트를 해 방송을 종료했다.

범행 과정에서 손을 다친 A씨 외에 다친 사람은 없으나 방송을 진행했던 황정민 아나운서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이유로 입원했다.

한편, 사건 당시 안전요원들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A씨가 스튜디오 유리를 부수는 동안 별다른 대처 없이 주저하는 KBS 안전요원들의 모습이 담겼다. 한참 뒤 경찰 사이렌이 울리고 나서야 안전요원들은 A씨의 곡괭이를 건네 받았다.

KBS 공영노조 측은 “안전 요원들의 허술한 경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건”이라며 책임자 문책과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KBS 건물은 현행 통합방위법상 대통령령 제28호에 따라 국가 중요시설 가급으로 분류된다. 철저한 방호계획이 필요한 국가중요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안전요원들은 추가 불상사 예방을 위해 난동자를 자극하지 않고 안전한 장소로 유도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면서 “유포된 동영상에는 난동자를 제압하고 경찰에 인계하는 과정이 빠져있다”고 해명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