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신중하고 영리한 사냥 방법로 포식을 이어나가고 있다. 프로 2년차를 맞은 담원 게이밍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의 고공행진이 멈출 줄을 모른다.
담원은 6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젠지에 세트스코어 2대 1 승리를 거뒀다.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POG)’ 포인트는 모두 김건부의 몫이었다. 담원은 이날 승리로 12승2패(세트득실 +21)를 기록, 리그 선두에 올랐다.
이날 1세트 승패는 상체의 성장 차이에서 갈렸다. 스노우볼은 4분40초경 퍼스트 블러드부터 굴러갔다. 당시 담원 상체 삼인방이 협곡의 전령 둥지 앞 난전 상황에서 수적 우위를 활용해 ‘라스칼’ 김광희(카르마)를 잡아냈다.
앞서 김건부(니달리)가 젠지의 돌거북을 빼먹으러 4분21초경 젠지 정글에 진입한 것부터가 사건의 시작이었다. 김건부의 카운터 정글링을 저지하기 위해 김광희와 ‘비디디’ 곽보성(조이)이 달라붙었다. 하지만 둘은 김건부를 한 번의 콤보로 잡아내지 못했고, 곧 담원의 탑·미드라이너가 전장에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3대2 구도가 만들어졌다.
김건부는 어떤 근거로 젠지 쪽 돌거북에 침입했을까.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김건부는 ‘클리드’ 김태민(리 신)이 3분29초경 자신들의 아래쪽 정글 수정초를 터트린 게 카운터 정글링을 결심한 근거였다고 밝혔다.
그는 “김태민 선수가 수정초를 터트려 내 귀환 여부를 체크한 것 같았다. 시간상 젠지의 아래쪽 정글 캠프가 남아있을 것 같았다”며 “(김태민이 젠지의 아래쪽 정글을 도는 동안) 귀환했다가 상대 돌거북으로 뛰면 빼먹고 빠질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돌거북을 잡다가 젠지 탑라인 미니언 웨이브에 모습이 보여 그만 걸리고 말았다”며 겸연쩍어했다.
3세트 땐 김건부의 신중한 면을 엿볼 수 있었다. 카서스를 플레이한 김건부는 위쪽에서 아래쪽 정글로 향하는 풀 캠프 동선을 짰다. 위쪽 정글 캠프 3개를 정리한 그는 2분27초경 자신들의 아래쪽 정글에 진입했다. 그리고 미니맵에서 볼 수 있듯 부시에 숨어 칼날부리를 사냥하고, 상대의 매복 가능성이 있는 부시는 빙 돌아서 피해다녔다.
김건부에 따르면 2분16초경 ‘쇼메이커’ 허수(트위스티드 페이트)로부터 “곽보성(갈리오)이 귀환하고 있다”는 콜이 나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김건부는 곽보성의 귀환이 일종의 트릭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곽보성 선수가 아래쪽 정글에서 사냥을 시작한 김태민(녹턴) 선수와 같이 레드 버프 쪽으로 카운터 정글링을 들어올 수 있다고 판단, 이처럼 신중한 동선을 짰다”고 전했다.
아울러 3세트에 카서스로 ‘존야의 모래시계’를 먼저 구비한 건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김건부는 “초반에 워낙 유리했기에 상대가 나를 물어도 내가 한 번의 공격에 죽지만 않으면 됐다”면서 “존야의 모래시계로 ‘부패(E)’의 사용 시간을 늘리고, 죽은 뒤에도 부패와 궁극기 ‘진혼곡’을 사용한다면 웬만해선 전투를 이길 것 같았다. 방어력 위주의 아이템을 세팅하려 했다”고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