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의 세주서폿 뒷이야기

입력 2020-08-06 20:53 수정 2020-09-24 15:14

담원 게이밍 ‘베릴’ 조건희가 밴픽에서 기지를 발휘해 팀에 승리를 안겼다.

담원은 6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같은 ‘3강’으로 분류되는 젠지에 세트스코어 2대 1 승리를 거뒀다. 담원은 이날 승리로 12승2패(세트득실 +21)가 돼 순위표 최상단에 올랐다.

이날 화제를 모은 건 담원의 3세트 밴픽이었다. 5픽으로 바드를 만지작거리던 ‘베릴’ 조건희가 밴픽 마지막 순간에 카서스로 선회했다. 이를 ‘캐니언’ 김건부에게 넘기고 자신은 앞서 4픽에서 뽑았던 세주아니를 플레이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김건부는 이 깜짝 밴픽과 관련해 “조건희의 독단적인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담원 선수들 사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던 걸까. 경기 후 두 챔피언을 플레이한 선수들을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2020 LCK 서머 정규 시즌 2R 담원 대 젠지전 중계 화면

세주아니는 AD 브루저(근접 딜러)와 함께 팀을 이뤘을 때 가장 좋은 효율을 내는 챔피언으로 평가받는다. 젠지가 자신들의 4픽에서 이렐리아를 골랐고, 다시 담원의 4, 5픽 선택 차례가 왔다. 이때 담원은 젠지가 마지막 픽으로 세주아니를 고를 것이라 직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담원은 4픽으로 세주아니를 뺏어왔다. 자신들의 챔피언(제이스, 트위스티드 페이트)과는 그다지 궁합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젠지에 이렐리아와 세주아니를 함께 내주면 상체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탑라인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갈 계획이었던 담원으로선 이를 막아야 했다. 울며 겨자 먹기식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담원은 애초 정글러 세주아니와 서포터 바드로 밴픽에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하지만 조건희가 막판에 바드 대신 카서스를 골랐다. 자연스레 담원의 계획도 정글러 카서스와 서포터 세주아니로 전면 수정됐다.

경기 후 기자실을 찾은 조건희는 카서스 선택이 자신의 독단적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주아니를 정글러로 쓰면 조합에 맛이 없어보였다. 이기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다들 갈팡질팡하던 차였다”고 부연했다.

일방적인 밴픽이었지만, 다른 팀원들도 카서스가 바드보다 낫다고 봤다. 얼떨결에 카서스를 플레이하게 된 김건부는 “플레이할 챔피언이 바뀌었지만 생각만큼 머릿속이 복잡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나 “우리 조합에 카서스가 잘 어울렸다. 다른 선수들도 세주아니보다 카서스가 더 괜찮은 거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주류로 평가받는 세주아니 서포터지만, 조건희는 충분한 숙련도를 갖춘 상황이었다. 그는 지난 해에도 두 차례 세주아니를 플레이했다. 이날 조건희는 ‘고스트’ 장용준(칼리스타)과 호흡을 맞춰 9분경 협곡의 전령 둥지 앞 전투를 하드 캐리했다. 담원은 에이스를 띄워 승기를 잡았다.

조건희의 높은 비주류 챔피언 숙련도는 담원의 밴픽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올 시즌 판테온 서포터로 메타 변화를 선도하기도 한 그는 “리메이크된 챔피언이나 신규 챔피언은 웬만하면 5번 이상씩 플레이해본다”면서 또 다른 비주류 챔피언의 등장을 예고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